큰아이덕분에 내리 2년을 수험생엄마로 지내고
삼수하겠다는 그놈, 고3이 되는 동생을 위하여
제~발~ 양보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학원비 못댄다고 돈으로 협박하여
꾸역꾸역 성에 차지 않는다는 대학에 밀어넣어 놓고
올1년, 수험생엄마노릇의 마지막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시작했습니다.
매시간, 일분 일초가 피마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조심조심 쌓아올린 돌탑이 무너질까 염려되어
그위에 돌멩이 하나를 살금살금 천천히 간절하게
올려놓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활동이 부족하지 않나, 상이 부족하지 않나 조바심내며
학생부 관리를 하고,
가장 중요할 내신이 될 중간고사를 피말리게 치르고,
내신으로 인해 행여 수능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나 염려하며,
모든 신경이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으로 향하여
이렇게 1년을 어떻게 견디나, 염려가 되던 즈음,
난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기 위해
세상의 모든 들마를 다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을 가진 사람처럼
온갖 들마를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인, 그윽한 이진욱의 눈빛과 빠져드는 스토리에 혹해
잠시 현실을 잊고, 내 지난 시절을 설레하고,
무정도시, 정경호의 시크한 섹시함에 잠시 빠져들고,
하다못해 지금은 제목도 까묵은 들마의 유준상의 수트삘마저
멋져서 혹했습니다.
내가 너무 힘든게야~ 너무 외로운게야~를 외치며
모든 들마의 남주들이 모두 사랑스러울 즈음,
준수가 내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보는 준수는 내게 휴식을 주고
내일을 준비할 힘을 주었습니다.
아~ 올1년 이렇게 새하얀 준수로 인해
난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
좋은 예감이 들었죠.
그러나 좋은 느낌은 곧 아찔한 느낌으로 변해갔습니다.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수트빨에 화이트셔츠, 깜장 넥타이,
게다가 깜장넥타이 휘날리며 뛰는 긴 기럭지,
이제 보는 순간 휴식을 취하며 위로를 받는 준수에서
안보는 순간마저 일하는 순간마저 생각이 문득문득 나버리는
블랙홀 준수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아일랜드의 중아 머릿속에 재복이 집을 짓듯이
내 머릿속에 준수가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헉~ 빠지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직진해버리는
내 홀릭성향, 중독성향이 무섭게 드러납니다.
헉~ 이러면 안돼, 난 고3엄마야~를 주문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음~ 이러다 말거야~ 내가 너무 외로운거야~를 외치면서도
퇴근 후, 나의 모든 스케줄은 준수를 향해 있습니다.
7시, 준수를 만나기 위해 모든 집안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도희와 함께 비를 맞으며 십년전 외롭고 힘들었던 자신을 위해 우는 준수와 함께
펑펑 울면서 그만 이제는 빠져 나올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중독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지만,
이미 중독되어버린 나, 포기하고 타협하려 했습니다.
좋아는 하자, 그래~ 준수를 연기하는 임주환이란 배우를 알아는 보자,
그러나 되새기지는 말자, 그저 보는 걸로 만족하자,
또 준수이야기한다고 설치고 나대지는 말자.
나불나불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난 준수의 노예가 되어버려
수험생엄마라는 신분마저 망각해버릴 것을 알기에...
그러나 나쁜 놈, 게임선언 준수에게 넋다운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더이상 준수를 내머릿속에만 가두어 둘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너무 좋아서 내 얼굴에 준수를 향한 환한 미소가 끊이지 않고
내 입은 자꾸 새하얀 준수를 이야기합니다.
내 손가락은 준수사진을 닥저하고 있습니다.
내 블록은 준수사진과 준수에 대한 수다로 가득찹니다.
이제 두손 두발 다 들고
맘가는대로 손가는대로 가는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내 온 시간은 준수를 향해 있고,
그럼에도 간간히 떠오르는 고3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괴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와중에 나의 수험생은 중요한 마지막 기말고사를 개망하시고...
아~ 자책감.
내탓만 같아 아이에게 미안해져서
이제 그만 접어야지, 다짐했지만 접지 못하고
그렇게 준수에 빠져버린 고3엄마인 나.
사실, 가장 시간이 많은 사람은 고3엄마입니다.
공부는 아이가 하고 학교에서 하니까요.
긴긴 밤, 홀로 집에서 준수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렇게 좋기만 할 것 같은 준수가
도희와 사랑을 하기로 맘먹더니,
호탕하게 나쁜놈 겜선언까지 하며 멋지게 사랑할 것 같더니,
하루하루 이별을 미루는 하루살이 비겁한 사랑을 하더군요,
게다가 이핑게 저핑게로 외항선을 타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또 오른팔이네, 충성하네 아닌척 연애시절로 접어들더군요.
그러다가 채무자가 되어 채무이행 연애를 또 하더군요,
또 그러더니 이번엔 비밀 연애시절로...
우야둔둥 그들의 연애기법이 맘에는 안들었지만
이미 내맘에 들어와 집을 지어버린 그놈, 준수를 놓을 수 없어
참 많이 미워도 했습니다.
참 많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에구~ 하루를 사랑해도 화끈하게 해라~
손만 잡고 달리기만 하지 말고 화끈하게~
근데 이것들이 화끈하게 사랑을 하기 시작하는데
시도때도 없이 키스, 백허그, 끈적끈적,
하는 대사, 하는 짓은 어찌 그리 또 유딩스러운지,
끈적거리고 유치한 이들의 연애에 또 개실망,ㅋㅋ
미워도 많이 하고 실망도 많이 하였지만
그래도 간간히 내게 주는 못주의 감동은 참 컸습니다.
저기요~에 대한 추억,
엄마 선혜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진주, 현석, 나리와의 끈끈한 형제애등등은
내게 참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못난이주의보와 준수에 대한 애증으로
보내고 있는 동안, 내 아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수능을 보았습니다.
수능보기 전날마저 난 준수를 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수능 보고 울며 나오는 아이를 보며
아! 이제 준수를 놓아야 할 때구나~했습니다.
참 열심히 공부한 아들,
그럼에도 노력이 헛되어 버린 결과에
아들과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꼭 딴짓한 내탓인것만 같았습니다.
현석의 상처가 꼭 제탓인 마냥,
내탓이야~ 내가 미안해~를 속삭였던 준수마냥
난 아이에게 그렇게 내탓이야~ 내가 미안해~를 울먹였습니다.
못난이주의보 막방단관도 임주환팬밋도
이젠 내겐 먼나라 이야기이고,
이젠 준수이야기마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손톱밑의 상처가 너무 커서
준수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준수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언제라도 다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 못다한 준수이야기를 마치고 싶긴 합니다.
지옥같은 한달을 보내고
수시결과가 나오는 날,
나는 기도했습니다.
제발 아이의 3년의 노력과 열정이 헛되게 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6전 5패 1승으로 딱 한곳만이 아이의 노력을 알아주었습니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곳이 아닌지라,
수능실패에 대한 절망감이 큰지라,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부심에 상처가 큰지라,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노력을 알아준 그곳으로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상, 아이의 수험생활과 함께 한 철없는 고3엄마의
준수사랑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이제 떠난 준수를 위해
나름의 이별의식을 하기 위해
이번 토욜 이제는 준수가 아닌 임주환을 만나러 갑니다.
그때 봐요~ 내 6개월의 사랑, 준수씨!
주저리주저리 참 길기도 하네요.
나름 참으로 많이 줄인거랍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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