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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이야기

다시 미치다(임주환 팬밋을 다녀와서)

1. 제2의 홀릭

 

소지섭을 십년정도 좋아하면서

혼자 가슴에 품고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발그레하고,

마트 보닌 브로마이드만 보아도 괜시리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설레하고 부끄러워 하는

혼자만의 사랑시절,

 

팬카페에 가입하여 주저리주저리 맘을 드러내고

무한 밝음, 긍정마인드로

눈에 콩깍지가 씌여 온세상이 아름다운 초짜 팬시절,

 

어느덧 설레임과 사랑의 절정시절을 지나

차가움이 서서히 스며들어 안타까워하면서도

옛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미련 팬시절,

 

그리고 팬덤에 대한 회의,

내가 속했던 아름다운 세상의 껍질이 깨지면

겪는 환멸의 팬시절을 거쳐

사랑도 안타까움도 차가움도 그저 이젠

나에겐 아무런 감흥을 미치지 않는 시들 팬시절까지

모조리 팬으로서 겪는 파노라마를 다 겪었다.

 

이제 다시는 팬질따우,

배우를 좋아하는 짓따우 안하기로 굳게 결심했다.

좋은 작품, 좋은 캐릭은 걍

보는 동안 즐기고 만족하기로 결심했고,

또 그렇게 지내왔다.

 

나에게 또다시 홀릭이 찾아올 줄 몰랐다.

준수의 무엇이 나를 홀렸는지 모른다.

물론 준수의 순백의 이미지,

청초함, 청순함, 그럼에도 강단있는 심지,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등등

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은 좋아하는 이유는 될지언정

홀릭되는 이유는 아니다.

자나깨나 생각나고

들마속 허상이 내 일상으로 침투되는 그런 현상.

준수가 내 옆지기인지, 울 짜리몽땅 서방이 내 옆지기인지,

헷갈리는 현상,

길을 걸으면서도 준수를 향해 미소짓고 말을 거는 내 모습,

밥을 먹으면서도 준수야, 넌 요리잘해 좋겠다,라고 한마디 하는

한마디로 미친 ㄴ ㅛ ㄴ 의 상태.

 

발리 인욱, 미사 무혁, 영영 강패에게서 겪었던  그 증상을

세상에나 일일극에서 내가 그닥 좋아하는 이미지가 아닌

밝은 임주환의 모습에서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엉뚱한데서 지뢰를 밟고 헤매던 나...

 

팬질의 끝을 알기에

온라인속 소통의 허망함을 알기에

다시 팬덤을 찾기에 참 많이 망설였었다.

 

그럼에도 준수가 나를 주환팬덤으로 이끌었지만

결국 팬덤에서의 소통을 포기하고

내 블로그에 숨기로 작정하였다.

 

블로그질의 허망함도 알기에

내 맘의 영원성을 믿지 못하기에

블질을 하는 것도 삼가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 준수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준수로 인한 불면이 괴로웠다.

준수로 인한 설렘, 가슴벅참을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블로그에 안주하려고 했다.

그러나 역시 혼자 집에 있는 것은 현실에서나 온라인에서나

외로운 일이다.

참 많이 외로웠다.

소통을 포기한 나혼자만의 수다가...

 

그러면서도 준수에 대한 수다가 그치지 않았고

다행이도 몇몇 친구가 생겼다.

 

비록 끝을 맺지는 못했지만,

지난 6개월 준수에 대한 설렘, 안타까움, 미움, 차가움, 망각까지

사랑의 생노병사를 겪으면서 난 참 생동감있게 살았다.

 

직장에서의 미운 동료들에게마저

환한 웃음지으며 수다를 떨며 지냈다.

준수를 보낸 지금은 다시 침묵모드지만 ㅠㅠ

애들이 넘 미워...ㅋㅋㅋ

 

못주가 산으로 들로 다니고

내가 준수에게 감정소모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

준수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냈다.

다시 임주환이 작품을 한다면 글쎄... 난 볼까? 할 정도로...

 

그런 상태에서 나그네가 들쑤셔서

객석이 안찼다고 해서

준회원도 가능하다 해서 어찌어찌 신청하고

간 오늘 팬밋도 글쎄...

내가 사랑했던 준수에 대한 이별의식으로

내 6개월의 사랑에 대한 예의로

별 기대없이 갔다.

나름의 작별의식을 갖자고...

 

2. 진실하고 성실한 청년, 임주환

 

다음작품으로 사극이 들어오면 하겠습니까?

제가 들어오는 걸 가릴 입장은 아닙니다.

다 해야죠.

 

마지막 한마디

홀릭해서 크게 응원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늘 성실하게 연기하고 성장하려는 동네청년을

바라보며 지켜봐 주듯이 그렇게 덤덤하게도

늘 지켜봐 주세요.

(물론 세세한 말은 이렇지 않았다.

내 기억력이 감퇴했으므로...

난 내 필터를 거친 대사로 받아들이므로...ㅋㅋ)

 

난 사실, 연예인과 정치인의 보여지는 이미지를

믿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지일 뿐,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과연 내가 꼭 진실을 알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저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내가 좋아하게 되면

좋아하는 거다.

그래서 그들의 사생활에 난 쿨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일 뿐,

그 연예인의 실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래서 인텁이나 캐릭창출을 보고

이사람은 진실될 것이다, 올곧을 것이다,라고

됨됨이를 판단하고 짐작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러나 오늘 장장 세시간의 지루한 팬밋을 마치고

드는 생각은

임주환이란 배우는

임주환이란 사람은

참 진실하고 고지식하고 성실하고 현실적이고

자기평가가 정확하고 냉철한 사람이구나,란

짐작을 하게 되었다, 감히...

 

센스있는 말솜씨, 유머는 없지만

객석에 있는 팬분들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그의 소망의 몸부림이 느껴졌다.ㅎㅎㅎ

 

팬들의 생각을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고

(노란 종이비행기에 적은 질문지를 하나라도 더 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에게 못하는 노래지만 그래도 불러주고 싶어하고

(못부르는 고해를 목이 터져라 눈감으며 성실하게 불러주는 모습을 보고)

무대위에 오르는 팬분 하나하나에 성실하게 허그해주고 셀카 찍어주는 성실한 모습에

그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닌 절절한 그의 팬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면

오바일까? ㅎㅎㅎ 물론 나의 잘못된 짐작일 가능성이 더 높다.

난 임주환, 개인을 잘 모르니까...

그가 연기하는 준수조차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결혼은 언제 할거냐?

아직 차자식 먹여살릴만큼 이분야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그정도가 되어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흔정도로 생각한다.

 

헉~ 이렇게 자기평가가 냉철할 수가....ㅋㅋ

그리고 냉철한 자기평가를 팬들앞에서 진솔하게 말하다니...

이 총각, 정말 진실, 성실, 고지식하구나...

포장이나 가식이 없구나,라는 지레짐작이 또 발동 ㅎㅎㅎ

 

임주환 그대가 원하는 덤덤한 지켜봄, 바라봄,

성장하는 옆집 총각 바라보듯이 그렇게 할 자신은 있습니다.

ㅎㅎ

 

마지막 이별의식이라 생각하고 간 팬밋에서

난 어떻게 임주환의 팬질을 할 것인지 방향을 잡았다.

떠난 준수와 함께 그만 같이 떠나보내려던 주환을

그렇게 난 다시 잡기로 했다.

놓지 않기로 했다.

옆집 총각 좐~

당신 분야에서 차자식 벌어살릴만큼 성장할 때까지,

지켜볼게요. 덤덤하고 잔잔한 응원으로~

 

3. 열정적인 그녀들

 

원래 조곤조곤 아기자기

사랑이라는 콩깍지로 온세상이 아름다운

순하디 순한 착하디 착한 찻집성향인 나,

갤이라면 무서워서 눈팅도 사뿐이 즈려밟다가

조심스레 살며시 나오는 나,

오늘 갤 뒷풀이에 참석했다.ㅋㅋ

 

미리 신청도 하지 않고

엉겹결에 얼싸덜싸 묻어서 참석하여

너무 많은 인원에

몇몇은 나중에 자리펴고 밥먹고,

으~~~ 가시방석, 미안해 죽는 줄....ㅋㅋ

 

걍 팬밋만 보고 오기엔

아쉬움이 크다.

역시 이런 행사는 뒷풀이가 더 진국이다.

 

가시방석 이방인으로 참석했지만,

이왕 간거, 심호흠 크게 한번 하고

오픈 마인드로

마음과 뇌를 활짝 열어

푼수버전으로 왁자지껄, 오지랍 친한 척...ㅋㅋㅋ

 

오우! 그렇게 다가서니,

모두가 형제자매다.

어디선가 한번씩 보았던 닉에

또 숨어있는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마저 등장.ㅋㅋ

우와~ 영광,

블로그에 혼자 숨어서 떠들어 민망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는데

읽어주셨다는 분들만 만나도 마구 감격하고

그동안의 외로움이 씻겨나갔다.

 

어색할 것만 같던 그녀들이

맘과 말문을 여니,

준수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열변을 토한다.

행복하다.

내가 좋아했던 준수를 이리 사랑해준 사람들을 만나니...

 

비록 좋아한 포인트와 좋아한 이유가 각각 다르기도

같기도 하지만,

준수사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린 형제자매였다.

 

참 행복한 하루였다.

간만에 팬밋간다고 준수본다고

준수를 사랑하는 그녀드을 본다고

어젯밤 설레어 잠도 못잤다.

 

요즘의 지옥같던 나에게서 상상도 못한

행복한 하루를 선물받았다.

임주환으로부터,

임주환을 사랑하는 그녀들로부터...

 

감사하다.

그리고 세상이 참 아름답다.

오늘 참 아름다운 밤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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