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슴이 먹먹하다.
도희와 이별할 때도
도희에게 고백할 때도
그동안 수없이 흘렀던
준수의 눈물에도
오늘 엔딩처럼
슬픈 적이 없었다.
지독히도 슬프다는건
또다른 아름다움인가?
오늘따라 준수는 왜 그렇게
처연한 모습이 아름다웠나?
경태아버지에게
감옥에서 썼다가 반송되어온
세통의 편지를 건네고
준수는 돌아온다.
현석이 더 높이 올라가길 기다리고
보잘 것 없던 준수가
좋은 여자를 얻어
드디어 잃는 고통이 무언지
알게 되어 차라리 잘 되었다는 경태아버지.
더 높이 올라가서
떨어지는 고통을
소중한 것을 잃는 고통을
기꺼이 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경태아버지의 원한.
준수는 알았을까?
그 원한이 이렇게 오랜 시간
식지 않고 계속되리란걸?
그래서 그 원한이
결국은 현석을 망치게 할 거란걸...
돌아온 준수는
이별을 준비한다.
진주의 아이들에게 줄 커다란 옷을 사고
김치담글 준비도 하고
푸짐한 식사준비도 하고...
알콩달콩 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도희에게는 하트모양 오므라이스를
먹이고 드라이브를 한다.
내 아내입니다, 내 남편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람많은 길거리에서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많이 기다려도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고,
또 안보여도 너무 찾아다니느라
불안해 하지도 말란다.
그러고도 떠나지 못한다고
늘 네곁에 있을거라 한다.
그리고 애틋한 입맞춤...
한줄기 눈물과 입맞춤...
첫키스의 설렘과 함께
오늘 이별을 준비하는 준수의 애틋한 키스는
오래도록 내맘에 남는다.
슬퍼서... 가여워서... 아파서...
이변과 주먹질하느라 입술터진 현석에겐
전화를 한다.
엄한 아버지마냥,
자상한 아버지마냥,
염려하는 아버지마냥,
'주먹질하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라고
타이르고 당부한다.
형만한 아우가 없던가?
사랑은 내리사랑이던가?
준수의 '주먹질하지 마라!'
당부에 눈물이 핑~ 돈다.
도희와의 애틋하고 처연한 키스에도
참았던 눈물이~
스무살 그 때부터
준수의 삶의 이유는 현석이었다.
오로지 현석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석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아무리 동생을 잃고서는
가족을 놓고서는 살 수 없었던
자신을 위해 선택했다지만...
그 처절하고도 깊은 사랑에
지독한 사랑에
울지 않을 수가 없다.
아버지와 같은 존재,
만돌아저씨에게도
길거리 땡처리 체크무늬 셔츠를
선물한다.
아마도 짠돌이 준수가
첨으로 하는 제대로 된 선물이 아닐지...
감격하는 만돌아저씨를 보며
아들로 여겨주고 염려해주는
만돌아저씨를 차마 못보고,
울컥 눈물 쏟으려다
애써 주워담는 준수...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에게
이별의식을 하는 준수...
편지의 내용이 뭐길래...
목숨으로 죄를 갚겠다는 편지였던가?
아~~ 지독한 편지.
자식을 앞세운 부모맘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냐며
법정에서 진실을 말하라며
절규하던 경태아버지에게
목숨으로 대신하겠다며...
원하신다면 아드님과 같은 길을 가겠다며...
한줄만이라도 답장하시면
그렇게 하겠다고...
아~ 경태아버지,
만약 그때 편지를 뜯어보고
답장했으면
오늘의 준수도 없는건가?
순간 아득해진다.
지독한 놈이다. 준수...
제목숨과 현석의 안위를 맞바꾸려 한다.
죄가 너무 커서
목숨으로 갚겠다는게 아니다.
제 목숨을 걸겠으니,
동생만은 현석만은 잊어달라는 거다.
현석만은 그대로 건들지 말아 달라는거다.
그건 거래다.
목숨을 담보로 한...
너무나도 지독해서
독해서
감히 뭐라 말을 못하겠다.
말도 안된다느니,
너무 큰 희생정신이라느니,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뭐라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저 놀랍고 그리고
가슴저리도록 슬플밖에...
경태아버지가 원한게
이들 형제의 추락일까?
준수의 목숨일까?
진실일 것이다.
아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형사도 검사도 현석도
모두가 의심했지만,
오로지 준수의 우김질로
준수의 죄가 되어버린,
거짓으로 뒤덮인 사건의 진실.
명쾌하지 않았던 사건의 진실.
준수는 끝까지 그 진실을 덮고자 한다.
준수의 목숨값과 아들의 목숨값이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준수의 진심이 알고 싶다며...
어디한번 해보라고 종용하는
경태아버지 앞에서
끝까지 동생 현석은
그 일과 관련이 없다고
자신의 죄라고 다시 한번
되새긴다.
그리고 한발을 내딛어
영원히 진실을 혼자 안고
가는 길을 택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눈물을 흘린다...
준수는...
혼자 두고는 먼저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도희가 떠올라서...
어떤 순간에도 떠올리겠다고
약속한 도희가 떠올라서...
한발을 내딛으려는 준수의 눈물이
준수의 하얀 얼굴이
떠나지 않는다.
지독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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