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준수이야기

착잡함(못난이주의보38회)

들마가 끝나자마자

이공간에 들어왔다면

제목은 미움이 되었을 것이다.

 

보는 내내 현석이 진주가 나리가 주영이

모조리 미웠다.

물론 그중 젤 최고 미운털은 현석이었다.

 

그러나 컴 쓰는 순서 기다리며

한시간을 보내고 나니

미운 맘이 조금 가라앉고

대신 착잡한 맘이 들었다.

내맘이 아닌 준수의 맘을 헤아려보니...

 

친구로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현석과 도희를

멍하니 보다가 냉큼 뒤돌아서는 준수를 본 순간부터

지금 준수의 맘이 어떨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고 또 짠한 맘이 들어서

도무지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나 상황에 신경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이리

현석이는 말이 많고

(뭣이??? 이제 친구흉내도 거짓부렁도 안하고 대놓고 들이대겠다고??)

 

철부지 철수는 오늘따라 맹구짓만 골라 하고

(아니... 엄마랑 진주랑 만나게만 하면 엄마가 아구 이뻐라~ 내며느리 하겠냐고??)

 

또 주영이는 왜 그렇게 구여운 척을 하고 혀짧은 소리를 하는지...

(아구~ 너 싫단 인간미없는 싹퉁머리없는 놈을 왜 좋다고 난리야???)

 

제발 준수에게 집중 좀 하게 해줘, 이것들아~~~~

 

일일극이니 이사람 저사람에게

모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가져야 하는 줄 알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준수에게만 몰입하고 싶었다.

준수의 참담하고 착잡하고 어지러운 맘을 읽고 싶었다.

 

도희의 신분을 알고 이제 자신의 맘을 안숨기고(언젠 숨겼냐?)

대놓고 들이대겠다는 현석에게

도희가 조심스레 주영의 맘을 아냐고 물었다.

 

헐~ 근데 현석이는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며

이기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한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야.

특히 사랑이란 묘한 호르몬이 흘러버리면

더더욱 눈가리고 귀막게 되지.

 

그리고 이기적인게 어찌보면 이로운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자신이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그래서 조금은 자신에게 너그럽게 자신을 용서도 하면서

살아가는게 나에게도 남에게도 좋다고.

그런데 오늘 현석의 이기적인 맘만은

너그럽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혹독하게 비난하고 싶다.

 

난 그래도 현석이 형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고 생각했다.

형의 살인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자책때문에

그동안 맘의 문을 닫은 채 입도 닫은 채

일만 하고 살아왔다고...

그래서 현석도 자신을 괴롭히고 사는구나..하고 가여웠다.

형을 받아들이고서야 비로소 자신을 용서해서

말도 많이 하고 맘도 너그러워지고 열리고

너무 열리다보니,

저 싫다는 그것도 애인이 있다는 여자까지

좋아해서 주변을 맴돈다고...

 

그런데 도희의 신분이 밝혀졌는데

왜 친구흉내까지 집어던지면서까지 대놓고 들이대겠단건지

도당췌 모르겠다.

현석의 맘을...

뭐 글타고 평민의 자격지심으로 헤어지란 이야긴 아니지만...

일년쯤 후에 손잡고

이년쯤 후에 키스하고

삼년쯤 후에 청혼하겠단 녀석이

갑자기 왜 적극적으로 나오는지...

 

하긴 오늘 준수의 맘 헤아리느라 현석의 맘따우

헤아릴 여유가 없긴 했다.

 

현석은 어쩌면 원래부터 이기적인 놈이었는지 몰겠다.

비오는 날 사건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형이 아닐 수도 있었을 거란 걸 왜 모르겠는가?

무서워서 생각할 수가 없었던 거다.

생각하기가 싫었던 거다.

생각하면 살기가 어려우니까 피했던 거다.

어린 나이었으니까...

 

준수가 자신이 한걸로 하길 원하니까

나도 그 일을 차라리 덮었으면...

그냥 이대로 준수는 다시 삶을 잘 꾸리길 바랬다.

그러나 오늘만은 현석이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로 넌 모르는거니??라고.

오늘 너무 현석에게 잔인한 관점으로 못난이를 보았다.

 

현석이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고 했는데

태생부터 이기적일 수 없었던 사람이 있다.

늘 남부터 먼저 내세워만 겨우 밥한끼 먹을 수 있었고

눈치가 빨라야만 잠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준수가 있었다.

 

현석과 진주와 가족이 되고자

살인자까지 되어야 했던 이타적인 준수가 있었다.

오늘 현석은 이기적이란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현석과 도희의 악수를 본 순간

확~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준수...

아~ 붙잡고 가지마! 가서 물어봐!라고 할 뻔 했다.

 

그런데 둘의 관계를 안다한들

준수가 갈만한 길이 안보였다.

 

현석이 도희와 준수의 관계를 알고

도희가 현석과 준수의 관계를 알면

그동안 그렇게 미뤄왔던 하루하루를

1년만 더라고 욕심냈던 날을 끝내야만 했다.

 

돌아설 수 밖에 없었던 준수를 이해하니...

그 뒤부턴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다.

준수의 아픔만... 착잡함만...

 

얼마나 궁금했을까?

현석과 도희가 어떤 사이인지...

그 관계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니, 자신이 어떻게 해야 두사람이 다치지 않을지...등등.

 

그것만으로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도희는 전재산이 얼마냐고 묻는다.

월세 얻을 돈도 없냐고.

있거덩요~ 나리 등록금 모을려고 아끼고 있거덩요~

 

옷가게 점원으로 만족할 거냐고

지름길을 내 보지 않겠냐고

은근 닥달질까지...

 

물론 준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은 준수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옷가게 점원인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할 여자란

생각만 키우고

또 초라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만 키울 뿐이다.

 

오늘은 그런 준수의 이런저런 초라함에

참 착잡했다.

 

 

 

 

 

 

 

 

 

 

 

 

 

 

 

헉~ 이 시크한 남자가 내가 아는 준수?

멋있다. 저 모습에 또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슬프고 매서운 저 모습에 오늘은 반했다.

저거봐, 입술 쥐어터진거,

분명 현석이 그랬을거야, 그러니 내가 현석을 안미워할 수가 없어.

 

<캡쳐는 좐갤에서 짤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