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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만추(晩秋)

 

 

 

 

ㅎㅎ 영화사진을 고르다가

다 가져오고 싶은 경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보다

이렇게 사진을 들여다 볼 때 더욱더 느낌이 강하다.

마음이 싸르르 아파오기까지 한다.

 

만추, 늦가을, late autumn,

이 영화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다.

김혜자의 만추를 텔레비젼에서 보고 또 보고

만추란 영화에 대해서 듣고 또 듣고 해서

잘 아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탕웨이와 현빈의 만추를 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정말 이 영화를 모르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난 무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고 싶었을까?

밋밋한 탕웨이가 어느 순간 마법처럼

멋지고 섹시한 여자로 변신하는 걸 기대했을까?

 

무표정한 탕웨이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었다.

숨은 그림찾기처럼...

 

그러나 결과적으로 탕웨이, 애나의 감정선도

현빈, 훈의 감정선도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지금 감상적인 상황이 아니라서일까?

무료한 일상에 젖어들어서 매사가 시큰둥한 걸까?

너무 액션스릴러를 많이 봐서 잠깐의 정적도 참지 못하게 된걸까?

 

길게 잡히는 똑같은 표정의 탕웨이를 보고 있자면

자꾸만 다른 잡념이 끼어들었다.

울 둘째놈은 고딩 들어가서 잘 적응할까?
아! 낼 일터에 가서 이 일을 처리해야지, 등등...

 

집에서 혼자 있으면 늘상 떠오르던 잡념들이

끼어들어서 그들의 아픔과 절실함,

상실감, 출구를 향한 희망들을

공감하며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영화를 생각해 보니,

애나의 무표정에서 삶을 향한 희망이 생각나고,

훈의 로맨틱한 웃음에서 사랑을 향한 열정이 생각난다.

 

하룻동안의 연인이지만,

그 연인에게 최선을 다하여

마음을 녹이고 기쁨을 주려는 훈의 철저한 직업의식이

무척 따뜻했다.

 

곧 헤어질 지라도

그렇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는

연인 대행자가 있다면 좋겠다,

단, 그가 훈처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면...

 

안개가 가득한 시애틀.

감상적인 미국의 도시에서

나는 왜 한국의 시골을 느꼈을까?

조용하고 사색적인 한국의 시골을 느꼈다.

참, 한국스러운 미국을 담아냈구나...

그렇다면 뭐하러 굳이 시애틀에서 찍었을까?

우리나라 좋은 시골에서 찍지...

같이 영화를 본 친구와 그렇게 영화에 대한 수다를 마무리지었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잔잔하고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는 영화일 것 같았는데

친구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다보니,

참 많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다를 무한 생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