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첨으로 베를린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고,
공항에 트렁크 하나를 빠뜨린걸 뒤늦게 알고
남편은 다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그런데 택시운전사가 무척 인상깊다.
깊고 시원한 눈, 오똑한 코, 야무진 입매,
스타일리쉬한 모자까지, 무척 이쁜 여자다.
와~ 주드로 운전기사를 제외하곤
이렇게 이쁘고 멋진 택시기사를
영화에서 본적이 없다.ㅋㅋ
그렇지, 기사가 이쁠 때부터 알아봤어.
이쁜 기사가 모는 택시는
아주아주 스펙터클하게
교통사고를 당해, 강에 빠진다.
이쁜 기사는 힘도 세고 의협심도 강한지,
건장한 남자손님을 거뜬히 물속에서 구하셨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얼렁 줄행랑~
건장했던 아저씨는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4일만에 깨어났다.
72시간동안 그의 기억은 가물가물해져서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헤매기 시작하나,
겨우겨우 자신의 이름,
자신이 베를린에 온 목적,
그리고 동행한 아내를 기억한다.
부랴부랴 아내를 찾아
호텔로 향했으나,
아내는 그를 모른다.
그리고 아내곁에 그의 이름표를 단 마틴 해리스가 있다.
그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의 이름표를 단 남자는 누구일까?
누가 진짜 마틴 해리스 박사일까?
왜 그의 아내는 그를 부정하는걸까?
자신을 증명할 만한 아무런 신분증도 갖지 못한채,
남자는 낯선 도시를 헤매이게 된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킬러로부터 쫓기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주인공을 믿는다.
주인공이 선이라 믿고,
주인공을 따라간다.
비록 그가 악인이라 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수긍하고 그를 측은해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어느 순간,
주인공을 의심하게 된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그러면서 영화는 급격히 무서워진다.
기준점을 삼고 가야 할 주인공이 무서워지면
무엇을 믿고 안심하고 따라가야 할지,
흔들리게 된다.
영화의 공포가 극에 달해졌다.
긴장이 극에 달하다가도
주인공이 화면을 장악하면 안심을 했었는데,
이젠 주인공이 등장해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옆사람의 팔을
한시도 놓을 수가 없었다.
덜덜덜...
기준점을 상실한 것이 이렇게 무섭다니,
새삼 든든한 기준점을
잘 가지고 살아야겠다,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영화가 또 하나 있었지.
셔터 아일랜드.
주인공이 생각하는대로
그를 따라 거의 끝까지 따라갔는데,
그가 과대망상일지도 모른다는 흔들림이 있었다.
난 셔터아일랜드에서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정체를
끝내 알지 못했다.
그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그래서 무척 혼란스러워 하며
이런 명쾌하지 못한 결론에 무척 찝찝해 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히 밝혀 주었다는 거다.
적어도 내게 그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무척 재밌고 흥미진진했고,
스릴감 최고였다.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