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누군가는 내게 진정 좋은 팔자라고 한다.
이제는 며느리도 딸도 아닌 존재로
명절에 어딘가에 갈 의무도 없이
집에서 딸랑 4식구 먹을 것만 해결하면서
남는 시간은 주로 남편과 영화를 보러 다니는 내 팔자를...
사실, 첨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시댁에 가서 죽을 고생을 할 때만 해도
이 시기를 꿈꿔 왔지만,
막상 그런 시간이 다가오니,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몇년간 하니,
쓸쓸함에도 맷집이 생겨
이제는 제법 즐기기도 한다.
ㅎㅎ 너무 서두가 길었다.
한마디로 추석연휴동안 본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어졌다.
1. 퀴즈왕
장진식 유머라는 말이 있다.
잘 짜여진 구조속에서 치밀한 계산에서
나오는 웃음을 만드는 유머일까?
지금까지 보아온 그의 작품속에선
오히려 그런 잘 짜여진 구조가 조금은 답답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도 그래서 내겐 1루타정도.
잘 짜여졌기에 실패는 없지만,
그렇다고 큰 감동도 없어서 약간은 항상 실망하곤 했는데,
이거이거, 퀴즈왕 정말 대박이다.
별 기대없이 보아서일까?
퍼즐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통쾌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 어쩌면 바닥까지 떨어져서
더이상 재기가 가능할까? 의문을 가졌던 배우,
한재석의 묵묵한 자리지킴은
배우로서 그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너무너무 웃겨서 웃음소리를 내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었다.
양반다리를 하고선 실컷 웃고 나왔다.
그 웃기던 김수로가 가장 안웃겼을 정도.
내내 감독이 의도한 대로 웃으라는데서 웃다가,
순간 멈춰지는 장면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기대를 받고 있는
범생이 수재, 이지용은 늘 아버지의 기대를 부담스러워 하고,
짜증을 내곤 하는데...
중요한 순간,
아버지를 찾는 그의 눈빛...
자리에 없는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기대고 싶은 눈빛에서
내 아이들의 눈빛을 보았다.
어느덧 사춘기가 되어
부모에게 온갖 짜증을 부리며
"내가 알아서 할거야,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를
입에 달고 다니는 나의 못된 아들들.
그래서 점점 아들들을 놓고
멀리서 지켜보게 된 나,
나의 아들들도 나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짜증스러워 하기도 할테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 어느 순간엔
그렇게 나를 찾으리라...
그때 아들들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있어야지,
뭐 이런 생각마저 했었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그렇게
내 자리에서 내 맘대로 해석하곤 한다, 나는...ㅎㅎ
2. 해결사
내가 또 설경구를 별로라~한다.
난 무조건 남자배우는 비주얼로 판단하기때문.ㅎㅎ
이건 남편이 보고 싶어서 본 액션.
남편왈~ 아주 잘 짜여졌군....ㅋㅋ
뭐 보는 내내, 심심할 틈없이
설경구를 쫓아 다니느라 정신없었다.
물론 재미도 있었다.
그치만 난 액션은 또 잘 모르기 때문에 패쓰~
3. 무적자
혹시 영웅본색의 주윤발을 좋아한 사람이 있을까? 이공간에?
글쎄... 난 그당시에 공부만 해서리...ㅋㅋ
송해성감독은 파이란의 서정적인 스토리에 호감을 가졌던 감독인데,
글쎄... 그 감독은 왜 이 작품을 했을까??
암튼 이 영화는 무조건 폼생폼사다.
바바리는 기본.
총도 뭐 다다다다 쏘는 것도 기본.
영화를 이것저것 보다보니,
이런 영화에 스토리가 어쩌고 저쩌고 운운하면 안되더라.
그저 총소리가 통쾌하고 요란하면 된다.ㅋㅋ
그리고 남주가 기럭지 훌륭하고
우수짙은 눈빛을 해주면 된다.
근데 무적자는 그 어느것도 만족되지 못했다.
스토리는 당근 노우!
남주들 기럭지도 노우!
남주들 눈빛도 노우!
다만 송승헌의 폼생폼사 철학!
친구를 위한 희생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폼에 약간은 감동했다.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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