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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독립

언제부터였을까?

내 모든 일상이 아이들의 공부에 얽매어버린게?

 

2001년인가? 2002년인가?

마리오가 초3, 앙빵망이 초1이 되던 때.

남편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어리버리 우리말도 못하고 못쓰는 놈들을

학교에 보내고

지진아 취급을 받던 때.

 

아마도 내 자존심이 무척 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공부못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의 자존심.

아직 한국생활에 적응중이라는 상황이 배려받지 못한채

지진아로 내몰려 버린 아들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때부터 미친 듯,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아닌 내가...

미친듯 교재를 알아보고 공부방법을 알아보고

싸이트를 검색하고,

우리말책, 영어책, 수학교재를 사들이며

그렇게 아이들을 잡기 시작했다.

 

학원도 알아봤지만,

수준이 넘 미달이라 안된다 한다.

ㅎㅎ 초1, 초3이 무슨 수준 미달일까?

학교에 학원에 좌절된 내 자존심은 아이들을 닦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집은 스위트홈이 아닌

학원홈이 되었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그날의 복습과 함께,

내가 선정한 교재들을 일정량씩 풀어야 했고,

퇴근한 나는 따뜻한 밥을 짓기보다는

아이들의 공부를 체크했다.

 

틀린 곳을 다시 풀게 하였다.

그렇게 아이들의 학습력은 향상되었지만,

어느새 내 집착은 아이들을 나를 가정을 병들게 했다.

남편과의 트러블로 난 더 아이들에게 집착했던 것이다.

 

조금은 떨어져서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었지만,

방법이 유해졌을 뿐 난 여전히 아이들의 학습샘이었다.

엄마가 아니라...

 

내 온 일상은 아이들의 공부에 매여 있었고

아이들의 일상또한 공부에 매여 있었다.

 

아이들이 영원히 지진아 취급받고

영원히 한국사회에 편입되지 못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머리가 굵어지는 머스마들,

큰아이가 내 통제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난 그만 그 아이의 공부에서 손을 놔버렸다.

그즈음에 또 소지섭에 빠져 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둘째 앙빵망의 공부에서도 손을 놨다.

이제 더이상 아이들과의 공부가 즐겁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은 아이들과의 공부가 즐거웠고,

아이들의 깨우침이 내겐 보람이었다.

 

그 즐거움과 성취와 보람이 사라지니

흥미를 잃었다.

내겐 아이들의 공부조차 흥미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손을 놓으니,

큰아이는 점점 떨어지고,

작은아이는 의욕을 잃더라.

 

결과는 마리오 첫입시 실패,

앙빵망 외고입시 실패.

 

난 다시 또 절망하고

두려워한다.

이 입시 시스템을...

 

그리고 마리오의 재수에 올인하고,

둘째아이의 고교생활에 집중한다.

 

이제 결과야 어찌되었든

나의 목표는 끝이 났다.

 

대학입학이 어찌 자식 키우는 목표가 되며

어찌 자식 키우는 끝이 되겠는가?

 

하지만

12년간을 매달린 대학입시다.

남들은 쉽게도 가는 것처럼 보이는 대학이지만,

내자식들은 잘한 놈이나 못한 놈이나

어렵고 버겁기만 했다.

 

이제는 끝났다.

마리오가 내손을 떠나 홀로 세상에 부딪혀가며

넘어지며 하나하나 배워나가듯이

이제는 앙빵망도 그렇게 내손을 떠나 홀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남은 막내마저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나 난 과연 아이들에게서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독립할 맘이 있는가?

 

마리오는 앙빵망입시에 대한 부담때문에

아무런 미련없이 떠나 보냈는데

둘째는 겁이 난다.

걱정이 된다.

 

나또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무거울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들마도 많더니만,

이젠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할지 몰라 게임하고 티비보며

하루를 소비하는 앙빵망처럼,

나도 무엇을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제 독립의 시작이니까...

앙빵망도 나도 이제 서서히 홀로 걸음마를 시작해야 하니까...

 

서두르지 말고 다시 또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공부라는 목표가 끝난 지금,

난 내 인생을 살려고 한다.

내인생이란게 결국 아이들을 위한 삶인지,

가정을 위한 삶인지,

나를 위한 삶인지 모르겠다.

 

남은 내삶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다.

갈 바를 잃었다.

두리번 두리번...

 

개콘의 졸부처럼,

갑자기 늘어난 시간과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크게 외쳐본다.

누~려~라고,

지금껏 매여 있던 책임감과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맘껏 누려~

망망대해를 항해할 권리를 맘껏 누려~

 

늘어난 자유와

헐거워진 책임감은

순간 허무함으로 변질되고

순간 무력함으로 다가온다.

우울하다.

 

참 졸부스럽다.

맘껏 누리지 못해 구리다. 후지다.

게임이나 하는 앙빵망도 참 구리다. 후지다.

에구~ 구려 후져~

 

하루하루 앙빵망도 나도

독립적인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릴 수 있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생각에 난 또 잠못들고 있다.

난 어떤 상황에도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을 갖고 있나보다.

부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나보다.

참 좋을 수 있는 상황인데....

 

아~ 불면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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