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라마에서 가장 보기 싫은 장면;
걸핏하면 무르팍 꿇기,
걸핏하면 냉수 끼얹기(뭐 주스도 끼얹기도 하드라)
하룻밤 치뤘다 하면 임신하기.
진주장면에서
이 세가지 종합선물세트가 다 나왔다.
앞으로 진주가 나오면
지레 겁부터 먹을 것 같다.
헉~ 또 내가 싫어하는 설정,
내가 싫어하는 장면, 이러면서...
뭐 그래도 아직은 접겠다는 맘까지는 없다.
아직은 준수가 내 발목을 잡고 있으니까...
잔인하고 못된 준수가 가여워서 우는 도희가 있으니까...
어떻게 갓 시작하는 사랑을
동생을 위해 포기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 내내 생각해 봤다.
근데 준수라면 당연히 그럴 거란 생각이 들었다.
10년전, 비오던 날,
그땐 내가 준수를 사랑하지 않아서
멀뚱히 그런가보다... 구경만 하고 있었지만,
동생을 위해서 살인자까지 되었던 놈이다.
준수란 놈은...
그래서 지인생 말아먹고,
십년간 감옥에서 썩은 놈이다, 그놈은...
지금은 잊었지만,
그당시 분명 사랑했던 정연이를 버리고
동생을 선택했던 놈이다.
그런 놈이 까짓 갓 시작한 사랑따위가
문제겠는가?
동생을 위하는 일인데...
게다가 이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생명이
하나 더 늘었지 않는가?
세 동생과 이제, 조카가 될 놈까지...
준수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준수에겐 진주가, 가족이 연인보다 중요했다.
준수의 꿈은 자신이 아니었다.
동생들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게 바로
준수의 꿈이었다.
준수가 진주를 쳐다볼 때의 해맑은 표정.
한치의 의심도 없이
모든 걸 다 바치겠다는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얼굴이다.
순간 나는 아! 내가 도희시각에서
들마를 볼게 아니라,
진주시각에서 들마를 봐야 하는구나.
진주가 도희보다 세구나~라고 감지했다.
이 들마의 여주는 진주였던 거야.
흑흑~~~~
도희에게 너무 초라한 자신때문에
도희에게만은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은 욕심때문에
현석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때문에
진주에 대한 책임감에 따른 의욕때문에
(준수는 아마도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삶의 의욕을 느끼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연인, 도희가 아닐 뿐이지.)
하루하루 미뤄왔던 이별을 선택하는 준수.
Out of sight, out of mind.
떨어져서 생각하면 냉정해지고
그러면 머리가 식을 거고,
그러면 또 가슴도 식을 거라고...
자신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별을 고한다.
아~ 잔인해.
못됐어.
정말 미웠는데,
그래도 도희는
그러는 준수가
잔인하고 못된 준수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준수가
가엾단다.
정말 도희는
준수에게 있어,
준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인가보다.
나는 준수의 환한 미소에 반하고
슬픔에 동화되었지만,
준수를 마음깊이 이해하지는 못하는데...
내가 또 세상에서 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효자.
자기 여자보다 가족을 부모를 형제를 우선시하는 남자.
진주>도희 부등식이 성립하는 준수가
딱 그런 남자다.
헉~ 내가 어쩌다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오늘 40회를 보는 내내 내발등을 찍고 싶었다.
난 기본적으로 차가운 편이다.
누가 내인생에 관여하는 것도
또 내가 타인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도
극도로 싫어한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그런 내가 오지랍준수를 어쩌다 좋아해서
속터져 죽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얼마나 더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갈지...
오늘 진주에게는 환한 웃음을
도희에겐 짜증나는 얼굴을 한 준수가
조금 싫어졌다.
다 귀찮아져서
걍 포기하고 가는 준수가 미워졌다.
그래도...
도희가 가엾다고 우니,
눈물은 흘려주는구나...
그 눈물이 없었다면
정말로 미워할 뻔 했다.
아~ 촌스러운 외항선 탈 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겠구나.
차라리 빨리 타버려라~
그래서 한달에 한번, 또는 두달에 한번도
육지를 밟지 말고
걍 망망대해에서 살아버려라~
그리고 정신차리면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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