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션임파서블
40회를 보고 난후,
뭔가 답답하고 짜증이나고
준수꼴도 보기 싫어서
그 좋아하던 캡쳐구경 마실도 가지 않았다.
진부한 설정을 반복하는 드라마 자체에도
화가 많이 났었다.
그러나 잠이 들 무렵에는
마지막 장면, 준수의 눈물이
내게 젖어들고
또 오늘...
하루종일 준수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일에 집중이 안되어서 혼났다.
첨엔 준수를 이해해 보려고 하다가
아니, 들마속 인물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하겠다고 기를 쓰는지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준수를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션임파서블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양친 모두 계셨고
그 무시무시한 아버지마저
사랑을 듬뿍 주었던 막내로 자라
궁핍했지만 어찌어찌 학교 마치고
직장생활 순탄하게 하다가
착한 남편 만나
싸가지는 없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성장하는 두 아들을 두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좀 부족해서
늘 외롭지만
그럭저럭 직장생활도 하는
대한민국 대표 평범녀인 내가
아무리 소설을 많이 읽고
드라마를 영화를 많이 봤다지만
준수를 이해하고 공감까지 하겠다고
나선건 어불성설이었다.
준수는 어려서부터 늘 부모가 없었던 아이였다.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아빠대신
만돌아저씨와 함께 약장수를 하며
잡초처럼 성장한 아이였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사교성 뛰어나고(눈치밥 먹고 커서 사는 방법을 일찍 터득했다고 짐작)
공감능력 또한 뛰어나고(이역시 타인의 맘을 읽어야만 생존할 수 있었기에,라고 짐작)
긍정적인 성격으로(이건 좀 아빠의 유전적 영향인듯)
머리또한 좋다.(올백맞고 그림 잘 그리므로,
내가 좀 올백에 한이 많다.
울놈들이 한번도 안맞아왔기에...
그래서 올백맞은 준수가 늘 기특하다.)
이런 수많은 장점이 있는 아이였지만,
부모의 사랑이
가족의 따뜻한 품이 늘 그리운 아이였다.
그걸 선물한게 바로 진선혜 엄마였고.
새끼새가 알에서 깨어 첨 본 사물을
어미라고 인식하고 졸졸 따라 다니듯이
준수는 그렇게 선혜엄마의 새끼새가 되었다.
그러기에 준수에겐 다른 길이 없다.
오로지 선혜엄마가 선물해 준 가족을 지키는 것,
그 가족안에서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것만이
준수의 꿈이고 행복이었다.
그래서
14살 어린 나이에
소년가장이 되어
투잡, 쓰리잡, 포잡등등을 전전하며
세 동생들 거뜬히 건사하고
급기야는 가족이란 테두리를 지키기 위해
살인자까지 되었던 준수였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1년을 같이 하고 싶었던 연인과의 이별까지
감행하는 준수였다.
그런 준수를 머리로 이해하는 건
도저히 나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준수를 사랑한다는 내 아집으로
왜 넌 자기애가 부족하니?
왜 그렇게 한발을 빼고 언제든 내뺄 준비를 하는
비겁한 사랑을 하니?
왜 동생들 삶에 그렇게 깊이 관여하니?
왜 니 인생에 대한 설계,
네 연인에 대한 배려,
연인과의 꿈과 미래는 없는거니?라고
닥달했다.
자식들 인생에 깊이 간섭하는
철수엄마, 주영엄마류를 가장 경멸했던 내가
드라마속 인물인 준수에게만은 그렇게
깊이 감놔라, 배놔라를 넘어서서 대추놔라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준수는 그저 드라마속 인물이다.
내가 준수의 미모에 반해서든,
미소에 홀려서든,
그의 슬픔에 울어서든,
사랑하고 중독된 순간 난 약자가 된 것이다.
그저 드라마가 보여주는대로
진부한 설정이든 뭐든
그저 네네... 저는 바보상자앞에 있는 바보입니당~하고
넙죽 엎드리고,
준수가 답답하든 깝깝하든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준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이해, 공감따위 과감히 개에게나 줘버리겠다.
2. 비겁한 사랑
준수는 헤어진 후,
도희가 받을 상처를 염려해서
또 도희에게만은 살인자로 기억되기 싫어서
늘 도망칠 준비를 하며
비겁한 사랑을 한다.
나중에 비록 욕먹을지라도
지금은 행복한 시간을 맘껏 즐기겠다고
게임선언까지 한 준수로서는 정말로 비겁한 사랑이다.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준수가
감행할 수 있는 용기는
사랑을 시작하는 그 지점까지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 후론 늘 조바심내며 오늘, 오늘, 미루면서도
서서히 끝낼 채비를 했다.
도희가 점점 깊이 빠져들며 미래를 꿈꾸는 것과는
상반된 사랑이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날 때는
그사건의 시대적, 사회적배경이 있고
직접적 계기가 되는 발단이 있다.
준수의 도희와의 이별이라는 사건의 배경은
준수의 그런 비겁한 사랑이고
막상 그 이별을 부추긴 발단, 기화점은
현석과 진주가 된 것이다.
그런 준수의 사랑과 이별을 지켜보면서
이해가 불가능한 준수지만,
비겁한 사랑만은 나와 닮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이 늦은 나이에 찾아온 또다른 중독이 난 무섭다.
좋아서 자꾸 생각나서 이렇게 풀어낼 공간까지 찾아서
쏟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얼마나 더 몰입할지,
그 몰입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또 준수가 떠난 후 쓸쓸함을 어떻게 견딜지 두려워서
핑게만 있으면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들마가 진부하니...
준수가 이해 안되니...하면서
늘 핑게를 찾고 있다.
표현하는 것도 최대한 자제를 한다.
(ㅋㅋ 자제하는게 이정도다,
적어도 아작난 어깨로 캡쳐까지 하겠다고
나서진 않고 땅거지마냥 주워서 들고 오지 않는가?)
팬덤을 찾는 것도 두렵다.
사랑하면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따지려 한다.
헤어진 후 되새길 추억을
지금 현재 쌓는 객관적 사랑을 하는 준수처럼
지금 내 상태를 늘 감시한다.
사랑한다면 이거저거 따지지 않고
빠져야 한다는 사랑지상주의,
평소 내 생각과는 참 위배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그렇게 풍덩 빠지지는 못하겠다.
여전히 난 두렵다.
그래서 어쩌면 난 준수의 비겁한 사랑이
더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처가 두려워 온전히 준수에게
임주환이란 배우에게 나를 내어주지 못하듯이
준수가 두려워하는 상처가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ㅎㅎ 공감하는 걸 과감히 포기하겠다더니,
또 공감타령이다.
준수가 비겁한 사랑을 접고
용감해지면 나또한 용감해질까?
하지만 아직은 준수도 나도 비겁한 사랑을 하고 있다.
비겁한 사랑동지로서
어제 꼴도 보기 싫었던 캡쳐를
좐갤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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