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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넘버원 포토이야기

종기의 고향 (로드넘버원 9-2)

나빼곤 이세상놈들 다 적이라고 말하는 종기가 궁금했다.

그에게 한편이란 적을 상대하기 위한 일시적인 제휴적인 관계이지, 친구가 아니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궁금했다.

어떤 사람일까? 그는 어떤 상처를 가지고 저런 세상사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

 

고향친구의 말에 의하면

성질이 지랄맞아 그렇지, 괜찮은 친구란다.

손재주도 좋아서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단다.

그리고 헌신적인 엄니에 대해 애틋한 효자였을 것 같고

이쁜 각시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것 같다.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그도 달문처럼 순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지랄같은 성질 가끔 부리면서.

 

그저 종기도 평범한 동네아저씨였다.

달문과 별 차이없는 그런 종기가 전쟁이란 상황속에서 그렇게

많은 차이를 갖게 되었나보다.

 

종기의 고향, 파주 하동리를 숙영지로 정해달라고 부탁하는 장우.

어쩌면 그도 나처럼 종기가 궁금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그들.

한손에는 인공기를 한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이승만 박사 만세",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치는 미친... 처자...

아~ 불편했다.

 

드디어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제발 제발 하지 말지...

 

미처 피난가지 못한 사람들의 살아난 이야기.

인공군이 오면 그들 세상의 법대로,

국군이 오면 또 그들의 법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목숨을 부지해온 사람들.

 

마을사람들끼리 누구의 앞잡이가 되어 죽고 죽이는

마을속의 전쟁.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한번은 말해야만 하는 이야기.

 

그것이 동족간의 전쟁이었다.

전쟁터가 따로 없는 전쟁이었다.

치열한 생존을 위한 전쟁.

증오 그리고 상처.

아직 우린 그 한가운데 있다.

잊고 싶을 뿐...

 

그것이 다시는 이땅에 전쟁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일 것이다.

뭐 거창하게까지 말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