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준수이야기

다 내잘못이야(못난이주의보116회)

1. 사랑한다, 도희야

 

길을 잃어버린 멍한 준수가

전화속 도희에게

하고픈 말, 많고 많은데

전화로 다하지 못하고

'사랑한다~ 도희야~'라는 말로

그속의 수많은 맘을 축약하여 말한다.

 

동생밖에 모른 나라서 미안해.

동생을 위해서는 너에게 비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나라서 미안해.

나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게 해서 미안해.

그럼에도 그 짐이 거짓이라 말할 수 없었던 나라서 미안해.

이제 와서 진실을 말하는 비겁한 나라서 미안해.

그럼에도 너를 사랑하고 너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나라서 미안해.

부족한 나를 그대로 받아주는 널 속일 수 밖에 없는 나라서 미안해.

 

배반해서 미안해.

진실하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도 세상 누구에게도 거짓을 갖고 싶지 않았는데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동생이어서

그 길을 택했어.

그런 나라서, 그런 못난 나라서 미안해.

 

그럼에도 사랑한다, 도희야~

 

"사랑한다, 도희야~'라는 말 속에

숨어있는 준수의 수많은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런 미안함 안고도 도희곁에 머물고 싶은

준수의 애절한 사랑에 풍덩 빠졌다.

 

그런 준수의 맘, 도희는 모를까?

그저 배신감만 드는걸까?

너의 살인전과때문에 나는 그렇게도

세상과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치열하게

피를 흘려가며 싸우고 있는데,

그것이 다 거짓이었어?라는 맘만 큰걸까?

 

자신의 고군분투가 새삼 분하고 아까웠나?

분명 진실을 말하고 같이 가자고 설득했다면

그 길을 같이 갔을거라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그건 가정이니 넘어가자.

 

준수는 말 할수 없었다.

준수 입밖으로 진실이 새어나오는 순간,

자기 세뇌마저 풀려버릴테니까...

 

준수는 끊임없이 자기가 살인자라고

십년을 그렇게 자기세뇌를 시켜왔던 인물이다.

비록 그로 인해 도희와의 사랑이 힘들어지더라도

참고 견디고 기다리고 애원하는 걸로 이겨나가려고 기를 써왔다.

 

도희가 곁에 있으라면 그렇게 하고

능력을 보여 달라고 하면 밤을 새가며 영감과 씨름하며

없는 능력마저 보여주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마법을 보어주고,

손을 놓지 말라고 하면 손을 꼭 잡고,

집을 갖자고 욕심을 가져라고 하면 적성에도 안맞는 욕심도 내어보고,

때리면 맞고, 욕하면 쳐먹고,

기다리고 애원하라면 싹싹 빌며 묵묵히 버티고,

그렇게 기를 쓰고 도희곁에 머물기 위해 애를 쓴다.

 

보잘 것 없고 살인전과자이기까지 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도희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그 사랑에 기꺼이 답하기 위해서...

 

진실을 가린 죄,

비밀을 가진 죄,

그 원죄때문에 준수는 모든 걸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없었고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준수가 자신을 믿지 못했다고

나는 너를 믿고 모든 걸 다 말하고 비밀이 없는데

너는 내게 말하지 않고 믿지 못해 비밀을 가졌다고

사랑마저 의심한다, 도희는...

 

도희의 배신감, 순간적으로는 이해한다.

한순간, 그런 배신감 들 수밖에 없다.

왜냐? 너무 고생을 했으니까, 너무 힘들었으니까,

살인전과자를 사랑하는 일이...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고,

내놓자니 비난이 빗발쳐서...

 

그러나 준수라면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알아야지 않았을까? 도희는?

 

모르겠다, 내가 도희가 아니고 작가가 아니니까...

난 그저 '사랑한다, 도희야'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준수의 착잡하고 애절한 맘만이 아프니까...

 

도희가 사랑을 의심하는 말을 하며

떠나는데도 차마 잡지도 못하는 수동적인 준수.

죄많은 사랑이기에, 늘 미안하고 고마운 사랑이기에,

적극적으로 잡을 수가 없다.

 

널 믿지 못한게 아니라,

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그래도 널 사랑한다고 우길 수도 없다.

 

그저 속수무책 떠나는 도희를 보내고

멍하니,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몰래 그녀의 회사로 가서

그녀의 퇴근하는 모습 훔쳐볼 수밖에 없다.

아~ 가여운 준수의 길잃은 사랑.

 

준수야~ 사랑은 그렇게 미안하다고

잡을 수 없는게 아니야.

네가 좋으면 네가 붙잡고 싶으면

네 처지, 죄스러움 안고도 과감하게 뻔뻔하게

잡아야 하는거야.

 

말이 안되어도

너를 믿는다고 무조건 우기는거야.

확신을 주는거야.

마구 세뇌를 시키는거야.

논리적인 설명따우 필요없어.

걍 우기면 돼. 사랑은 감정, 홀리는거야.

 

주저앉아 있는 준수를 흔들며

몰래 훔쳐보는 준수를 흔들며

마구 외치고 싶었다, 그렇게...

 

2. 다 내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못주에서 궁금한게 하나 있다.

이놈의 들마는 뭐 충격만 받았다 하면,

고민만 생겼다 하면, 아픔만 생겼다 하면,

병나발을 불며 깡소주를 마신다.

준수도 주영도 현석도...

아! 브르조아 주영은 양주병.

 

그래야 고뇌가 표현되는가?

에구~ 난 그런 장면들이 불편하다.

그런 시각적 효과들이 싫다.

 

특히, 현석이 지금 술이나 쳐먹고 다닐 때인가?

맨정신으로 맞서야지.

괴롭다고 술에 의지하는 거, 보기 싫다.

 

어찌되었든 준수만은 맨정신으로 못만난다고 하니,

넘어간다. 현석이 짠하기도 하고...

 

현석이 '내가 뭐라고, 왜 그랬어? 왜 나때문에?'라고

준수에게 묻는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이 뭐라고,

형이라고 다정하게 부르지도 않은 동생이 뭐라고,

형에게 의지만 하는 비겁한 동생이 뭐라고,

그런 나를 위해서 살인자까지 되었는지,

기가 막힌 현석은 그렇게

준수의 깊은 사랑을 벅차한다.

그 사랑에 가슴 쓰리게 아파한다.

 

엄마마음 준수,

그런 현석을 보듬으며 '다 내잘못이야~ 다 내가 잘못했어~"라고

현석을 감싼다.

 

자식이 조금이라도 잘못되거나 잘못을 저지를 때

탓하기 보다는 다 잘못인 것만 같아서

오히려 죄스러워, '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라고

자책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준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준수는 현석, 진주, 나리가 동생이 아니었다.

엄마가 가신 그날, 14살부터

그 셋은 준수에게 자식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빈자리에 준수가 앉아 그 자리를 채웠던 것이다.

 

그때 난 두려웠어.

세상이, 경태아버지가...

경태아버지가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두려워

못믿었던 거야.

그게 내 잘못이야.

난 엄마가 나때문에 죽었다는 자책때문에

열네살에서 성장하지 못했던거야.

 

준수는 그렇게 세상을 못믿고 두려워 한걸,

이제와서 제 잘못이라 하지만,

이제와서 자신의 미성숙때문이라 하지만,

난 그건 준수의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이라 생각한다.

 

가난하고 부모없는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열네살 가장 준수가 6년간 세 동생들을 거두어 먹이면서

얼마나 받고 견뎌내고 악착같이 당당하게 이기면서

살아왔을지...

아무리 당당하려 해도

그런 편견과 차별이 아프고 버거웠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준수는 세상을 못믿을 수밖에 없고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어서,

그때는 동생을 보호하는 일이 감싸안는 일이

그방법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짐작한다.

 

그런 준수가,

이제와서 진실에 눈떠 아파하는 현석에게

그저 내잘못이야, 내잘못이야,만 되뇌이고 있다.

 

아프다, 열네살 준수의 엄마노릇이...

가엾다, 열네살 준수의 세상살이가...

 

스무살 청년의 부모마음이 안스럽다.

저도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인데,

부모가 되어 세동생을 먹여 살리고,

감싸안고 거친 세상 살아가는 그놈이 가없고 아파서

한없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싶다.

 

그런 그놈이 십년이 지나

부모맘으로 감싸안아 검사로 키운 동생의

힘든 진실과의 사투를 지켜봐야 하는게 가엾다.

 

형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그저 제인생 살아 줬으면 하는 그놈의 엄마맘이

왜 이리 아프게도 가여운지...

 

제발 손을 놓지 말라고

떠나가는 동생을 향해 외치는 그놈의 애원이

가엾다.

 

3. 만돌아저씨

 

가족이란건 힘들면 앙탈도 부리고

짜증도 내고 그렇게 치대는 대상이다.

그러면서 위로도 받고 힘도 얻는다.

 

준수에게 현석, 진주, 나리가 가족이라지만

그들은 준수의 자식이다.

 

내 자식에게 어찌 힘들다고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짜증도 내고 화도 낸다.

그러나 준수에게 동생들은 거의 상전급이다.

 

그건 준수의 죄의식에서 생긴 부모맘이기때문인듯...

동생들에게 엄마를 뺏은 죄인이기에

완벽한 엄마노릇을 해야 한다는...

기꺼이 상전으로 모시는...

 

그토록 가렸던 진실이 드러나

그토록 보호하고 싶었던 현석은 상처입고

앞날이 어찌될지도 모르고,

변함없던 도희마저 사랑을 의심하고,

갈곳 없는 준수, 그만 의욕을 잃었다.

그렇게 열심히 오늘 할 일을 묵묵히 씩씩하게 하던 준수가...

 

늦잠을 자는 준수에게

왜 그러냐고 아프냐고

네가 왠일이냐고 걱정해 주는

만돌아저씨에게

준수는 '사람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하며

짜증 비스무레한걸 낸다.

 

아~ 잠자는 공주, 준수씨.

날렵한 콧날이 왜이리 멋지세요~

잠자는 공주각도 넘 예쁘고 멋지다.

그 모습으로 짜증을 구엽게 내니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순간 가여운 준수따위 없어지고 그저 사랑스럽기만...

 

어찌되었든 잠자는 공주의 짜증으로

난 준수에게 진정한 가족은 만돌아저씨가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은 그렇게 힘들면 짜증도 내고,

넋놓고 늦잠자는 모습도 들키기도 하는거다.

 

진주가 왔다고 깨우니, 벌떡 일어나는 긴장하는 준수.

또 가여웠다.

이건 동생이 아니라 상전이다, 상전.

에구~ 가엾어라 울 준수.

 

뭐 진주가 준수에게

우리가 뭐라고 그렇게 네 인생을 말아먹냐는 말도

걍 긴장준수로 안타깝고

잠자는 공주, 깨운 진주가 미워서

와닿지도 않았다.ㅋㅋㅋ

 

현석도 진주도 그런다.

우리가 고작 뭐라고?

형취급도 오빠취급도 안한 우리가 뭐라고,

빚쟁이마냥 등골만 빼먹은 우리가 뭐라고???

에휴~ 그렇게 준수의 깊은 사랑에 기막혀 한다. 그동생들은...

 

그럼에도 니들이 있어서 난 행복하다고,

첨 본날부터 너넨 내게 동생이고 가족이었다고,

내 인생 망친 것도 뺏긴 것도 없다고

난 행복하다고 준수는 말한다.

 

준수는 죄의식으로 만든 부모맘이든, 부모노릇이든,

동생들에게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인 것이다.

엄마인 것이다.

 

내가 자식들에게 갖는 감정들이

준수에게서 보이는 걸 보면....

 

에구~ 어제 본걸 오늘 쓰려니,

감동도 덜하고 팔도 아프다.

그만 써야겠다.

 

오늘 117회까지 쓰려 했는데,

그건 내일 써야겠다.

숙제 밀린 거, 싫은디...ㅠㅠㅠ

거참, 누가 숙제 검사한다고

이 범생이 노릇인지,

나도 참 답답한 인물이다.

 

 

 

 

 

 

 

 

 

 

 

 

 

 

 

 

 

 

 

 

 

 

 

 

 

 

 

 

<좐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