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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이야기

저기요!(못난이주의보75회)

주말내내 준수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의 짧은 몽실이언냐머리 준수를

웨이터패션 준수를

늘 도덕책만 읽는 준수를

도희와 유치한 장난이나 하는 준수를

그럼에도 동생들과 만나면

따뜻한 형, 오빠가 한결같은 준수를...

 

도희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전

내가 사랑했던 해맑은 웃음웃던 준수를

거짓말하기 싫다며

전과사실 곧이곧대로 말해서

거절당하기만 하던 준수를

만돌아저씨에게 입바른 소리를 툭하면

했음에도 전혀 거부감없이 기특하다, 생각했던 준수를

외로움, 슬픔, 아픔을 웃음속에 숨겼던 준수를

취직했다고 수트 빼입고 레몬주스 만들던 준수를...

 

예전의 준수를 그리워하며

지금의 준수에 대한 거부감에

몸부림쳤다.

무엇이 이렇게 30회이전과 이후의 준수로

갈라놨나,

도희의 사랑인가?

분석하고 헤집어보려다가 멈췄다.

 

헤집어봤자,

내 괴로움만 커진다.

생각이 정리가 안될 때는

가만히 사색이란 걸 해야 한다.

그러면 진흑탕이 가라앉아

맑은 물이 떠오르듯이

정리가 된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서

그래도 지금의 준수가 보기 싫다면

과감히 오늘부터 접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 75회를 보기 전까지도 결정을 못했다.

결정을 못했을 때는 또 직진이다.

보는 내내 지루했다.

아! 역시 안보는게 맞았을까?

 

인주샘의 천재식 표현도 이젠

해석하기조차 귀찮아졌고

이젠 서서도 생각이란 걸 하게 되었다는

준수를 보고도 그래~ 안뛰니, 지겹진 않다, 이정도.

 

아! 오늘 이변의 명대사.

이변! 감사, 감사...

내맘을 콕 집어 표현해 주시다니...

 

2년전 영국에서의 기막힌 팀웍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야망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파트너로

돌아와 달라고 설득시키는 이변.

아! 이변이 그래서 그렇게 도희에게 매달렸구나.

이제 와서 이변의 집착이유를 설명하는

작가님! 참...참...참... 도치법인가?

내내 집착하고 집착이유를 끄트머리에 넣는건?

강조하기 위해서???

뭐 알바 없고.

 

그런 이변에게

도희가 말한다.

'그땐 제가 워크홀릭일 때였죠.

그런 내가 싫었어요.

지금은 성장하고 있죠.'

 

헐~ 성장?

귀신놀이, 이상한 손뼉치기놀이,

걸핏하면 남친 두들겨패기, 헤드락걸기등등이???

 

다행히도 이변이 내대신 말해준다.

'복도에서 계약직 직원과 유치한 장난이나

치는게 성장입니까?'

 

아아아앙~ 오늘은 걍 이변을 사랑할까보다.

ㅎㅎㅎ

 

난 정말이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유치함이다. 그리고 찐한 스킨쉽이다.

 

뭐 중간이 없다.

들마에서 스킨쉽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경우는

두가지다.

 

설레임과 애절함.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을 담은 손잡기,

그리고 사랑을 확인할 때의 결정적 키스,

그리고 요즘 진주 철수가 자주 애용하는

다가오는 이별에 대한 애절함이 담긴 스킨쉽등.

 

그러나 요즘 도희와 준수는

설레임도 애절함도 없다.

그러니 오로지 유치함과 찐함만 존재한다.

 

그 유치함을 이변이 지적해주니 감사할 밖에...ㅋㅋ

 

그런 감사도 현석과 주영의 따라가기놀이로

흐릿해질 무렵,

주영이 묻는다.

 

왜 나한테 흔들렸어요?

내가 어떻게 하든,

내가 얼마나 간절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맘대로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왜 흔들렸어요?

 

현석의 말에 가슴이 쿵!하고 울린다.

신주영씨는 '저기요'라는 사람을 닮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정신적지주이자

주제로 통하는 엄마의 등장과 거론은

자주 있었지만,

'저기요' 새아빠의 언급은 참 오랜만이다.

신선하기조차 하다.

 

그리고 가슴이 울리고 아파진다.

 

주영과 '저기요'는 도대체 어디가 닮았을까?

막무가내인 점?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고 자기 맘대로 하는 점?

 

무얼까?

궁금하다.

어쩌면 지금껏 주영과 '저기요'의 닮은 점을

많이 표현했는데 내가 놓친건가?

 

'저기요'가 누구야?라고 묻는

도희의 말에 흘리는 준수의 눈물.

 

내가 현석의 입에서

'저기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마음이 저리기 시작했는데

'저기요'의 아들, 준수는 어떠할까?

 

준수의 눈물을 따라

나도 한참을 같이 울었다.

 

그순간,

몽실이언냐머리 준수가

다시 예전의 아신또 준수가 되었다.

다시 또 난 준수로 인해 운다.

 

준수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였을까?

지금은 또 어떤 존재로 남아 있을까?

 

늘 착하고 긍정적이었던 아빠.

그런 유전인자를 물려 준 아빠에 대한 감사가

준수에겐 있다.

 

그리고 전과자 주제에

착하고 고귀한 새엄마가 반하게 한 매력이 있는

아빠에 대한 경외심이 준수에겐 있다.

 

착해서 귀가 얇아서

그리고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맘이

간절해서

너무나도 쉽게 사기당하는 아빠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아빠가 사는 방식은 철저히

거부하면서도

아빠의 선한 맘만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저기요'의 아들, 준수.

 

아빠로 인해,

새엄마가 현석이 진주가 불행해졌음에

삶의 무게에 짓눌렸음에

아빠는 제사상 받을 자격이 없다고,

나리에게 서늘하게 비장하게

못박았던 준수의 아프디 아픈 맘이

오늘 내게 다시 다가와서

준수의 아빠에 대한 안타까움, 사랑이

다가와서 지금도 맘이 아프다.

 

아빠가 싫으면서도

아빠를 놓을 수 없었고

사랑했던 준수.

 

그런 아빠를 떳떳하게

현석과 진주앞에서 내놓을 수 없었던 준수.

 

그럼에도 현석이 그 아빠를 기억한다.

아프게 간직했다.

그리고 아빠를 닮은 주영을 사랑한다.

 

현석에게 또 새아빠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갑자기 등장한 전과자, 무일푼 거지같은

새아빠.

 

쌀쌀맞게 굴었음에도

늘 친근하게 대해주고 장난쳐주고

그리고 존중해 주는 새아빠.

 

그리고 어쩌면 이대로 새아빠를 받아들이고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하고

받아들였던 새아빠의 장난감.

 

열었던 맘, 아프디 아프게

짐만 안겨주고 떠나버린 새아빠.

 

그런 새아빠를 현석이 기억하고

사랑함에 무척 가슴이 아파왔다.

 

오늘 망설임끝에 이 드라마를 보기를

참 잘했다.

 

애초에 이런 가족간의 애증,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가족이란 사람들,

그안에서 미워하고 사랑하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을 사랑해서

이 드라마를 내가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동안 유치함과 끈적함에

메말라 있던 내 가슴을

오늘 현석의 입에서 나온 '저기요' 한마디와

준수의 눈물이 촉촉히 적셔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대사.

나회장님이 이변에게 하는 말.

'이변, 100%의 오만함과 99.9%의 겸손함을 아는가?'

헐~ 이건 또 무얼까?

 

이건 들마가 아니라 철학교과서다.

지금까지의 나는 이런 대사에

헐~ 무서워라~ 또 무슨 훈계질일까?라고

겁을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궁금하다.

100%의 오만은 무엇이고

99.9%의 겸손은 무엇일까?

 

굳이 내일 작가가 나회장님이

나를 설득시키지 못할 지라도

오늘 오만과 겸손에 대해

함 생각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지겹니, 지루하니,

훈계니 뭐니 하지 않고

잘 따라가 보면

감동도 사색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오늘은 하게 되었다.

 

이 들마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

참 오랜만이다.

 

 

피에스;

이제 알 것 같다.

'저기요'와 주영의 닮은 점.

아! 울 현석이, 가여워서 어째~

 

자기가 맘을 열지 않고

전혀 열 생각도 좋아할 타입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주영에게도 '저기요'에게도

맘을 열고 미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새아빠가 무책임하게

짐만 안기고 떠나갔다.

 

주영은 다가오는 현석이 두려워서

도망쳤다.

 

떠나간 새아빠에 대한 원망, 그리움,

그리고 도망치듯 가버린 주영에 대한 절망,

이제와서 다시 또 막무가내로 노크하는 주영에

대한 조심스러움.

 

떠날까봐 쉽게 다시 맘을 열지 못하는

우리 가엾은 현석.

 

싫은 사람임에도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자꾸 좋은 모습 보이면 맘을 여는 사람이구나.

현석은...

단단한 것 같으면서도

꽁한 것 같으면서도

속은 여리고 수줍은 그런 아이였구나.

 

그런 아이가 맘을 열고

받아들였는 새아빠, '저기요'

그리고 배신아닌 배신.

 

아~ 지금은 그런 현석의 여린 상처입은

마음이 다가와서 마음이 아파진다.

 

그랬구나... 현석이 새아빠를 사랑했었구나.

그리고 상처입어 그렇게도 외면하고 싶어했었구나.

 

아! 빌어먹을 애증.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애증.

ㅠㅠㅠㅠ

 

 

 

 

 

 

우쒸~ 간만에 감동받아서

짤줍 좀 나섰다.

울 현석이 여린 그놈이 가엾고,

울 준수, 아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아픔이 가여워서...

 

부모와 자식이란게 그렇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질기디 질긴 끈으로 연결되어서

그래서 아프고 아프다.

 

<좐갤,못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