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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넘버원 포토이야기

못다 이룬 꿈들 (로드넘버원 20-1)

 

 

 

 

 

 

 

 

 

 

 

 

 

 

 

 

 

 

 

 

 

 

 

 

 

 

 

 

 

 

왜 하필 중공군은 영촌교로 내려오는 걸까?

왜 하필 수연은 느려터지게 약을 뿌리고 있는 걸까?

왜 하필 수연은 그때야 배가 아프다고 주저앉는걸까?

 

왜 하필 말안듣는 게으름뱅이 소를 구했을까?

왜 하필 그놈의 달구지 바퀴는 아래로 빠진걸까?

왜 하필 날아가도 시원찮은 판에 달문이 발은 삔걸까?

 

왜 하필 그들은 달려가도 시원찮은데 먼저 가라, 같이 가자 실갱이하느라 멈춰 서있는걸까?
왜 하필 장우는 고만용에게 격려의 말을 느려터지게 하는걸까?

 

제~~~발~~~~ 빨리 좀 어떻게 가란말이야~~~

 

숨넘어가 죽는 줄 알았다.

무조건 뛰란말이야~ 뒤도 쳐다보지 말고 말도 하지 말고 제발 제발 제발....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어.

느려터질 때부터 알아봤어... 장우 앞에서 다리가 끊길 줄 알았어.

아~~~~~~~~~~~~~~ 미어지는 가슴이여.

터지는 가슴이여~

가슴을 부여잡고 우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운명이랄밖에.

그렇게 함께 하고팠던 사람들이

바로 눈앞에서 끊어진 다리로

찢기는 가슴으로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랄밖에...

 

 

 

 

 

 

 

 

 

 

 

 

뜯어 고치는건 자신있다며 전파사에 취직하겠다던 김상국 무전병,

복수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며 자동차 정비소를 하겠다는 이근배,

하던대로 송아지나 받으러 다니겠다는 김병구 위생병,

 

고향에 가서 동생 묘부터 쓰겠다는 조인제,

제2의 고향, 영촌면에 남아서 농사나 짓겠다는 김덕실 소위,

윤삼수와 이장우를 닮은 군인이 되겠다는 신태호 중위,

 

돌쟁이 아들 데리고 텃밭구경 시켜주고 호미질 쟁기질 가르치겠다던 박달문,

이쁜 가시내 만나 연애할 꿈에 부풀어 있던 혈기왕성한 청년 고만용,

평생 한사람만 그리고 그사람과 함께 살고 싶었던 이장우 대위.

 

그들의 꿈이 저 끊어진 다리로 인해 산산조각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김상국은 전파사에서,

이근배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김덕실은 농사를 지으면서

가끔은 전우들의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 하리라..

 

20대 꿈많은 청년들의 꿈을 부셔버린 저 다리.

그들의 이루지 못한 꿈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