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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뷰티플 라이프- 둘이 함께한 나날

2000년도 드라마라 그런가?

사진 자료가 많이 없다.

ost를 찾아도 없다.

뭐 물론 컴맹이니 찾는게 더디다.

 

전형적인 슬픈 사랑이야기다.

전형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냐,

어떻게 표현해주냐에 따라서

신파로 전락하느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되느냐가 정해진다.

 

뷰티플 라이프는 내게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

드라마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먹먹한 감동 그자체였다.

 

미용사 슈지(키무라 타쿠야)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도서관 사서 교꼬(토키와 타츠코)의 슬픈 사랑이야기.

 

슈지가 미용사로서 갖는 재능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성취와 함께

교꼬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슈지와 교꼬의 사랑이 일치하여

둘이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낸 적이 그다지 없다.

드라마 제목과는 동떨어져 있다.

늘 망설이고 물러서고 고민하고...

그들의 사랑은 아주 사소한 비에도

방해받을 정도로 불안하다.

 

자꾸 신경이 쓰이는 그녀.

그녀에게 첫키스를 하며 슈지의 사랑은 키워지고,

그러나 또 교꼬는 망설이고 주저한다.

 

난치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13/43 이라는 잘 와닿지 않는 확률로 죽을 수도 있는 병.

그병이 무언지는 모르겠다.

 

병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던 교꼬와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 병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슈지의 사랑이 합쳐지는 때가 8회이다.

 

그리고 상큼발랄해서 흐뭇한 데이트 장면도 없이

바로 그들은 병과 싸우게 된다.

 

칙칙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나도 한동안 유행했던 난치병, 죽음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아주 넌더리가 날 정도로

싫어했으니까...

 

이 드라마에서 그런 넌더리가 안나는 이유는 무얼까?

단연코 키무라때문이다.

그리고 서툴고 담담한 그의 사랑때문이다.

 

엄청난 눈물도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는 절규도 없이

그는 한마디 한마디 툭툭 내뱉는 듯한 어조로

그의 눈물과 고민과 고통을 표현한다.

흡사 양동근의 연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방식은

투박하고도 순수했다.

 

교꼬와 함께 하기로 한 비장한 키무라.

 

둘이서 같은 눈높이 100 센치미터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 둘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난 어쩔 수 없이 몇년 전 나를 감동시켰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역시 휠체어를 탄 조제와

순수한 대학생 츠마부키 사토시와의 사랑이야기다.

 

쿄꼬와 슈지의 사랑이

쿄꼬의 죽음으로  

오히려 영원했다면

 

조제와 사토시의 사랑은

그들이 부딪히는 일상의 무게와 장래라는 무게로

멈추게 된다.

 

그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도 진솔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내내 그들은 사랑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서서히 지쳐갈 즈음 헤어짐을 선택하고

그저 출장이나 가는듯이 그렇게 태연하게 헤어진다.

 

영화에서 맑고 단정했던 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반했던가?

첫날 밤을 대하는 그의 순수한 자세에서 반했던가?

 

한참이나 나에게 맑은 감동을 주었던 영화이다.

지금도 가끔 EBS에서 그 영화를 해주면

모든 일 멈추고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지속할 수 없었던 사랑을 가여워 하고,

공감한다.

 

조제가 늘 보고 싶어했던 호랑이.

호랑이를 보러 동물원에 오면서

그들의 사랑은 시작한다.

 

그리고 또 조제가 가보고 싶어했던 수족관,

수족관을 향하는 길에서 그들은 이별을 선택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큰 맘 먹고 간 수족관.

휴관일이다.

돌아가는 길에

물고기 여관에서

조개모양 침대에서 그들은 이별한다.

 

상큼한 미소년, 츠마부키 사토시.

그 역시 좋아하는 배우이다.

요즘 그가 무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나에게 영원한 조제의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