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밀회4회)
들어가자...
열정에 들떠
혜원은 앞서고,
선재는 쭈뼛쭈뻣 뒤따르고
집으로 들어온다.
첨 선재가 들어왔던 방,
피아노가 있는 연습실에
선재를 넣어놓고,
차근차근 추스르는 혜원.
찻물을 올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go or stop??
고민할 겨를도 없이
도우미 아줌마 등장하여
정답을 제시하신다.
엠티가신 교수님,
곧 돌아오신다고...
옷매무새 야무지게 가다듬은 혜원,
선재가 있는 방문을 연다.
어? 너, 왜 여기있니?
난 간 줄 알았는데?
기억에 없다.
많이 취했나보다.
내가 이 늦은 시간에 집에 들일 리가 없는데...
입술에 침은 바르셨을까?
얼굴에 철판은 까셨을까?
하룻밤 지난 것도 아니고,
불과 몇분 전 일에
기억상실을 호소한다.
벙~ 뒤통수맞은 어이상실선재,
어깃장을 놓는다.
강교수님한테 죄송하네요,
원래는 남의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데...
남의 여자라니??
선생님이지.
특급칭찬에
안스러운 손길의 주인공인
선재의 왼쪽 뺨, 볼따구는
글케 혜원의 체면치레용 싸대기를 받는다.
애써 선생님으로 체면을 지킨다.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제가 아주 큰 실수를 했네요.
술도 안쳐먹고...라고
끝까지 자존심을 세워보는 선재의 짓밟힌 순정.
가라... 택시 불러줘??
아뇨, 공무용 트럭 몰고 왔어요.
피아노 칠거면 연락하고
아니면 연락하지마,
난 네 재능이 예쁜거니까...
애써 겨우 허접한 맘 감춰보는 혜원.
아! 이 둘의 첫키스는
이렇게 무참하게 끝이 났다.
역시나 스탑이었다.
뚝심 진심선재는
바로 리흐테르전기를 쓰레기통에 쳐넣고
잘 갔냐는 혜원의 문자를 우걱우걱 씹는다.
우걱우걱,
울컥울컥,
분하고 부끄러운 맘,
삽질로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는데
도무지 인간이면 그럴 수 없는
그렇게 칠 수 없는 피아노연주에
돌아버린다.
그러지마세요,
제가 돌아버리잖아요,라고
키스하더니,
엉뚱한 여자에게 돌아버린다.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도무지 발전이라곤 없는 소음덩어리 피아노연주.
당신도 똑같이 당해봐,
당신이 인간이라면 발전이란 걸 해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시키는대로 해봐봐.
돌아버린 선재의 폭발은
유치장신세로 보답한다.
선재의 철부지 여친은
맘씨 좋고 능력있어 뵈는 아줌마에게
구구절절 남친 청탁을 한다.
혜원, 한달음에 달려가
갇힌 선재를 본다.
소음에서 폭력에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혜원과의 연주를 추억하는 선재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벽에 기대어 고민을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지,
어떻게 해야 선재를 빼내고
선재를 다시 피아노로 이끌지,
제 흑심을 어찌 감출지,
스승으로서 여인으로서
자존심과 품위를 어찌 지킬지,
도덕과 윤리, 그 정지선을 어찌 지킬지...
다음날 아침,
강교수가 받은 한통의 전화.
네???
누구라고요???
어디라고요???
한달음에 쌩~하니,
자신의 무기가 되어줄 제자, 선재를 구하려 가신다.
폼 무지 난다.
암튼 잔머리는 최고시다.
바로 선재를 예술적고뇌로 잠시 방황중이고
병환중이신 아티스트로 변신시키고,
인간일 수 없는 피아노연주자와 합의한다.
그리고 전화 한통 거셔서
조청장님~,한마디로 형사껀도 해결하신다.
참 힘있고 백있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유치장에 며칠 있다보니,
와락 겁이 난 소년, 선재,
일단은 교수님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그의 차안에서 달게 잠을 잔다.
깨어나 보니, 혜원의 집.
헉~ 게다가 정신적 질환을 이유로 군제대까지??
이렇게 제자를 건져온 강교수.
혜원에게 으시댄다.
당신이 조금만 신경써 주었으면
놓치지 않았을 놈,
내가 다시 건져왔다고.
이 모든게 여우, 혜원의 시나리오임을
언제나 알게 될까??
선재와 준형은...
친구인 서영우대표 관리업무 담당자에
남편을 교수로 만들어 준 한마담 이사장에 보은하느라
이중첩자,
유학을 보내준 회장님께 보은하느라
삼중첩자까지 하고 사는 혜원.
그런 혜원의 여우기질을
여실히 보여준 4회였다.
아직은 밀회가 말하고자 하는
상류층 중년, 서영우와
중산층 중년, 오혜원의 고독을 잘 모르겠다.
악어의 눈물인가?
가진 것 다 가지고
제 친구에게 뺨때리고 물건 던지고
모든 횡포 저지르는 갑인 서영우가
아버지 회장앞에서,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늘 고독했다고 우는데
츠암나... 놀고 자빠졌네, 소리가 절로~
3회 룸싸롱씬에서도
외롭다고 눈물짓는 영우와
달래주는 혜원의 모습에서도
그들의 공통분모, 여유있는 중년의 고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삼중첩자생활에
숨막히는 시간관리, 정보관리, 사람관리,
재빠른 눈치로 치사스런 뒷치닥거리까지
쉴 새없이 머리를 굴리며 살아가는 혜원.
제 사랑조차 그렇게 머리를 굴려
명분과 실리를 추구한다.
그런 그녀의 시나리오대로
선재도 움직여줄까??
빈틈없이 잘 돌아가는 혜원의 각본이
어디서 삐걱거릴지,
또 삐걱거리는 소음을 어떻게 잠재울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저돌적 순수, 선재가
늘 계산하는 그녀를 어떻게 끌어갈지도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