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쫌 치나요?(밀회1,2회)
1. 갈망(1회)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서
문을 잠그고 나간다.
그리고 집안에는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피아노가 있다.
하루종일 피아노를 가지고 놀았다.
초등학교때 엄마를 조르고 졸라
동네피아노학원을 조금 다녔다.
지금은 유튭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아니, 피아노를 가지고 놀고 있다.
잘 치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영상을 보고 듣고,
악보를 다운받아 몇번 연습하면
외워진다. 그래서 집에 있는 건반으로 연주한다.
그리고 클래식갤에 올린다.
나, 쫌 치나요?
내가 쫌 치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어떻게 듣는지,
내가 치는게 맞는지,
이렇게 쳐도 되는지 궁금하다.
쫌 친다는 댓글에 우쭐해지고
신이 난다.
선재는 이렇게 피아노를 가지고 놀고 있다.
자신이 맞게 치고 있는지,
자신이 해석한게 맞는지,
한마디로 쫌 치는 놈인지 궁금한채로...
늘 쫌 친다는 댓글에 대한 갈증을 가진 채로...
이렇게 쳐도 되는지, 틀렸는지 맞았는지,
가르침에 대한 갈증을 품은 채로...
잘 쳤다고 그게 맞다고 말해주는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갈망을 품은채로...
음악적 공감, 교감, 소통에 대한 갈망을 품은채로...
클래식갤에서 반응이 온다.
손가락, 건초염이라고 어서 치료하라고.
치료정보를 감사히 받으면서도
여전히 궁금하다.
내가 쫌 치는지...
나, 쫌 치나요??라고 묻는다.
쫌 치는 사람은 많다.
즐기라는 조언을 한다.
감사히 받는다.
주거니 받거니 교감과 소통에 기쁘다.
사방을 둘러봐도 현실은 어둡다.
힘들게 하루하루 식당일하는 고된 엄마.
명랑하고 성실하지만 음악적 취미따우,
허황된 꿈이라 여기는 미용견습 여친,
어지러이 흐트러진 어두침침한 방안.
음악적 교감과 소통을 나눌 만한 이가 없다.
그런 선재에게 손을 내밀어 치료를 권해준
막귀형과 현피를 뜨고 현실에서 소통하고 싶다.
(ㅎㅎ 전문용어 나온다.)
늘 음악적 소통과 가르침에 대한 갈망을 품은 그가
우연히 공연장에 택배일을 간다.
그리고 사방에서 퍼지는 음악적 영감,
음악적 환경, 유명한 음악가들의 사진에
그만 넋이 나간다.
이런 환경, 너무나 동경하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럼에도 호기심에 선망에 그리움에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리고 슬쩍 젖힌 커튼 앞에 펼쳐진 꿈들.
선생님과 제자의 연탄곡.
그리고 멋진 여자의 실루엣.
선생님과 제자의 환상적인 연탄곡에 순간 홀렸고
또 다음순간 제 처지에 싸늘한 시샘과 체념이 다가온다.
멋진 여자의 총평, '아주 좋다.'
아~ 저런 평가, 저런 교감, 저런 음악적 소통의 자유로움이
부럽고 시샘나고 질투가 난다.
그들이 나간 자리에 있는 피아노.
아~ 저런 피아노로
저런 선생님과 함께 연주할 수 있다면...
또 저런 멋진 여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꿈에 아련해지고 그만 가슴이 시려온다.
택배비 깍으려는 쪼잔남을 바라보는 시크한 유아인.ㅋㅋ
이 장면은 선재가 아닌 유아인, 개인의 매력으로 본다.
멋지다. 아마도 앞으로 수많은 택배남들의 쪼잔남들을 대처하는 매뉴얼표정으로 자리잡을 듯...ㅋㅋ
공연장 곳곳을 채운 음악가들의 사진에 동경의 미소를 짓는 선재.
호기심.
부러움.
갈망.
동경.
착잡함, 체념.
애써 무덤덤함.
아~ 꿈.
2. 아름다운 세상(2회)
선재의 음악에 대한 갈망을 절절히 느낀채로
그의 갈망이 가여워서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그가 가여워서
그의 꿈이 가여워서
연민에 설렌채로
2회를 기다렸다.
그래도 아직은 밀회에 빠지지는 않았다.
어디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는 정도.
2회를 본 이후 난 밀회에
선재, 유아인의 매력에 포옥 빠졌다.
아마도 선재를 사랑할 것 같다.
엔딩씬에 나도 모르게 절로 하~ 캬~
아~~~~~~~악!!!!! 소리가 나왔다.
두근두근 참 간만이다.ㅎㅎ
너무너무 치고 싶었다.
그들의 연주를 나도 함 치고 싶었다.
이 피아노로 함 연주해 보고 싶었다.
절로 내손이 피아노로 가서
연주를 한다.
아! 정신차려 보니, 이거 큰일 났다.
화장실로 겨우 도망갔는데
뛰어봤자 벼룩이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다.
그런데 현행범이긴 하지만
봐준단다.
쪼잔하게 생긴 교수님이
탈출작전을 감행해 주셔서
겨우 빠져나왔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집으로 오라고...
어라?? 그 멋진 여자다.
피아노를 쳐보라 한다.
음... 누군가 보는 앞에서는 쳐보지 않았다.
늘 누군가 가르침을 주기를
누군가 쫌 치는지 평가해 주기를 갈망했지만
누군가 있다는 것이 지금은 낯설다.
과연 내가 잘 칠 수 있을까?
고작 유튭으로 보고 악보보고 외우고
혼자서 쳤던 내가 과연 제대로 칠 수 있을까?
저 멋진 여자에게서 '아주 좋다'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엉터리라고 비웃는 건 아닐까?
긴장된다.
그래! 까짓 함 쳐보자.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해보자.
더듬더듬...
모르겠다.
내가 잘 쳤는지,
저 멋진 여자는 어떻게 들었는지...
원래 그렇게 네 멋대로 치니???
헉~ 혹평.
아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저렇게 설명, 변명을 덧붙여본다.
네손으로 쳐야 할 연탄곡을 혼자서 치는거라 그렇다고...
아! 이건 아니다.
그냥 내가 악보외우는 걸로 쳐볼게요,라고
말해 본다. 용감하게, 과감하게...
그렇게 점심도 거르고
한사람은 연주하고 한사람은 듣는다.
열시간을 줄곧...
왜 패달을 안밟아??
걍 음표사이에 그렇게 써있는 것 같아서요...
그게 해석인거야, 그런거지...
그부분, 다시 함 쳐봐.
제가 틀렸나요?
아니, 한번 더 듣고 싶어서...
됐어, 가봐.
용서해 줄게...
.......
제가 쫌 쳤나요???
너는 널 모르는구나...
정말 몰라.
멋진 여자가 악보를 가져온다.
커튼 뒤에 숨어서 보았던
그 꿈의 연주곡.
그녀와 함께
스승과 제자가 되어
연주를 한다.
한몸처럼...
사근사근,
두근두근,
설레임과
익숙함,
휘몰아치는 절정,
그리고 노곤함,
기분좋은 뒤끝.
얏호~
그래도 직접 듣고 싶다.
잘 쳤다고,
잘 했다고,
이렇게 치면 되는거라고...
볼 쥐고 흔들기가 특급칭찬이란다.
얏호~
내가 쫌 치는거야~
내가 쫌 친다는 인정,
그리고 음악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
피아노로 표현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또 댓구해 주는 사람.
교감해 주는 사람이 드디어 내게도 생겼다.
세상이 아름답다.
어두침침하던 엄마도
지극히 현실적인 여친도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내방으로 가는 가파른 계단도
어지러운 내방도
삭막한 옥상도 모두가 다 아름답다.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음대입학의 기회가 왔다.
비웃는 샘들마저 사랑스럽다.
아주 우쭐하게 진정이라고
교수님을 전화로 소개한다.
아! 대입원서.
감개무량하다.
교수님이 가정방문하신단다.
허거걱~ 우선 빨랫줄제거작전부터 개시.
대충대충 빨래만 치우고
손님맞이 끝.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가
교수님을 맞이한다.
어라?? 멋진 여자?
헉~ 교수님 부인이시란다.
아!!! 이 서운함의 정체는?
이 실망의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쨌든 아쉽다.
교수님내외분들이
내방 분위기에 조금 당황하신다.
음...그래도 치운건데...
헉~ 저것은 내 팬티??
얼렁 두개 치우고...
씨익~ 웃는다.
계란판 방음벽에 감탄해 주시고,
또 다운받은 악보들에 감탄해 주신다.
게다가, 과제곡으로 선택한 슈베르트...에
눈물마저 흘리려 하신다.
천진난만하신 교수님은...
저 멋진 여자도 만족해 하는 듯...
헉~ 악~
쥐 끈끈이 붙으신 싸모님.
쥐라는 말에 펄쩍 뛰며 도망가시는 교수님.
이 부부, 무언가???
많이 아프시니,
쫌만 참으시라는 경고에
싸모님, 폭발하신다.
어떻게 많이 아픈데,
쫌만 참냐고??
윽~~~ 덜 아프게 떼느라고 죽을 힘을 다해 뗀다.
에잇~ 할 수 없다.
일단 안고 가자....
헉~ 이 엔딩에
묻고 싶었어요.
선재야, 아니, 아인아~
도당췌 쥐끈끈이에서 떼놓은 싸모님을
들쳐안고 어디로 가는거니??
아!!!! 이 누나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어디로 가는거니??
불지핀 가슴안고 어찌 담주를 기다리니??
두근두근 설레어
일케 애타고 궁금해 하고 있다.ㅎㅎㅎ
두근두근...
다시 함 곱씹는 여운.
벅찬 감동.
내 연주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멋진 여자.
내가 치고 그녀는 들었지만,
나와 그녀가 함께 했던 시간들.
그녀와의 피아노를 통한 소통,
음악적 교감에 벅차다.
마치, 첫키스의 느낌 그것처럼,
설레고 벅차다. 잠을 설치며 이 좋은 설렘을 만끽한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긴장감, 기쁨.
사근사근 다가감.
어느새 몰입.
즐거움.
그녀가 과연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평가를 할지 긴장되고 기대됨.
온세상이 아름답다.
실실 웃음이 샌다.
사랑해...
감출 수 없는 기쁨.
벅찬 감동.
특급칭찬.
내가 쫌 치는거야. ㅎㅎ
초라한 옥상벽위 소년의 꿈.
근데 왜 여기에??
교수님의 사모님??
저 천진난만 교수님, 준형.
나도 함 번듯한 제자 한번 키워보고 싶다고
제대로 스승노릇 함 하고 싶다고 개과천선 의지를 불태우시는 교수님의
해맑은 웃음이 가엾다.ㅋ
선재와 혜원의 사랑의 오작교, 큐피트, 방자역할을 기꺼이
찌질하게 해 주시는 저 배우의 찌질함이 참 좋다.ㅎㅎ
어딘가 모르게 싸한 이 느낌.
왜??
마치 실연당한 느낌이 드는건 무얼까?
가파른 계단에 힘겨워하시는 교수님 내외분을 바라보는 시크한 유아인.
흠... 잘 치웠나요?
멋쩍은 웃음.
94년생으로 나오던가? 선재가?
아직은 제 가난한 풍경이 그렇게 부끄러움으로 다가오지 않는
그 나이의 풋풋함, 당당함이 좋다.
그럼에도 난 그가 가엾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그가...
왠지 그의 꿈이 날아갈 것 같아서...
헉~ 문제 발생. 쥐끈끈이에 걸린 사모님.
이게 뭐야?
쥐끈끈이.
헉~ 쥐??? 난 쥐가 무서워~~
도망치는 교수님을 바라보는 황당선재.
교수님, 넘 곱게 자라셨어.ㅋㅋ
아니, 쥐끈끈이에 붙은 싸모님,
겨우겨우 떼내더니, 갑자기 들고 어디로 가는거야???
아~ 설렌다.
사랑예감이다.
선재가 갤에 연주영상을 올리고
나 쫌 치나요?라고 묻는 씬에,
그리고 혜원의 집에서 또한 연주후,
나 쫌 치나요?라고 직접 말로 확인 받고 싶어하는 씬에,
그만 그가 가여웠다.
안아주고 싶었다.
내가 쫌 치는지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은 맘.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하는 맘.
소통에 대한 갈망,
현실에서 소통할 수 없는 그의 외로움이 보여서
가여웠고, 또 그런 그의 갈망과 동경에 공감했다.
그의 현실에서의 외로움과
음악을 통한 소통에의 갈망에서
늘 소통을 대화를 갈망하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 더 선재가 가엾고 애틋한가보다. 아마도...
그 좋아하던 신의 선물도 쓰리데이즈도
나몰라라 하고 이렇게 선재를 탐하고 있다.
선재의 사랑과 꿈의 성취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