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이야기

진실을 알리는 방법(못난이주의보114회)

쁘띠뜨 2013. 11. 4. 20:46

오늘 현석이 두가지 진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주영이 현석을 사랑하기때문에

이변과 결혼한다는 사실.

또 하나는 준수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고로 의도치 않았지만 현석의 과실로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

 

그 두가지 진실을 현석에게 알리기 위해

이변은 또 찌질한 놈이 되었고,

나리는 함묵증이라는 병에 걸려야 했다.

 

주영의 벙어리 냉가슴을

어떻게든 현석이 알게 하고

그 깊은 사랑에 감동하고

주영을 붙잡게 해야 하는데,

어찌 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모든 전개의 필요악,

우리의 이변이 또 활약해 주셨다.

 

주영의 현석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자꾸 약을 올리는 도희에 대한 반항심으로

그 사랑때문에 결혼식장에 들어설거라고

쪽 찢어진 벌건 눈으로 쬐려보며

또 입매를 비열하게 비틀며

말씀하셨다.

 

그걸 도희가 놓치겠나?

바로 주영을 통해 확신하고

현석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알려준다.

주영은 널 사랑해서 이변과 결혼한다고...

 

현석은 무언가 의심하기 시작하고...

이변은 중요기밀을 누설하면서

변명이라고 하는게 고작

주영이 사랑하기때문에 이변에게

팔려간 걸 알면

나도희, 공준수, 공현석,

모두 가슴 찢어질거라며

그게 통쾌하다고 한다.

 

으~~~~ 개초딩 이변~

 

어찌 되었든 주영에 대한 오해는

이제 풀릴 실마리를 찾았다.

그 방법이 치졸하든 말든,

이제 술병 들고 비틀비틀 다니는 여성하나

테레비속에서 안봐도 되니 좀 낫다.

 

현석이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진실,

그것은 나리가 쥐고 있었다.

준수의 진술조서에서

사건정황에서

형사와의 면담에서

사건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해도

현석은 끝까지 망설이고 망설인다.

 

뻔한 진술 번복에도

굳이 준수가 숨기고자 하는게

무언지 알면서도

누군가, 준수가 아니라

네가 그랬어,라고

콕 찝어주지 않으면

외면하고 싶어했다.

 

그런 현석에게

누가 진실을 알려야 할까?

네가 그랬다고 콕 찝어줘야 할까?


이제와서

그날 그렇게 하는게 아니었다고,

그날 현석을 불러야 했다고

그래서 같이 이 위기를 이겨보자고

말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준수가

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막내나리가

기억해냈어, 짝은 오빠~

그날 이미 그 오빠는 죽어 있었어.

큰오빠가 죽인게 아니야.

큰오빠는 쓰러지는 그 오빠를

받아 안았을 뿐이야.

근데 벽에 있는 판자에

못이 세개 박혀 있었어.

그리고 짝은 오빠는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어,

이렇게 말할 수도 없다.

 

아무리 준수가

아빠같은 큰오빠라 하지만,

그 준수가 그토록 보호하고 싶었던

짝은 오빠, 현석을

나리가 상처낼 수는 없는 일이니...

 

그래서 나리는 기억이 날 때마다

작은오빠를 찾아가지 않고

늘 큰오빠를 찾아간다.

왜 그랬어?

 

철없이 작은오빠를 찾아가서

천진난만하게

기억해 냈다고

큰오빠가 죽인게 아니었다고

기억해 낸 내용을 말할 수도 있을텐데,

지금 나리는 너무 의젓해져 버렸다.

 

그런 선택을 했던 큰오빠의 깊은 사랑도 알아버렸고

이제와서 진실을 알게 될 작은오빠의 고뇌와 처지도

염려하게 되어버릴 만큼 애늙은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맨정신으로는  나리가

현석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다.

현석 또한 여러 정황들이

자신을 향해 있는 수수께끼들을

풀 용기가 없다.

 

그러므로 맨정신이 아닌 나리가

용기없는 현석에게

뼈아픈 진실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게 치밀하게 촘촘하게

네가 그랬어,라고 말해야 했다.

 

그러기위해,

작가는

나리가 넋이 나가

횡단보도로 한발 두발 내딛게 했고

맘씨 좋은 아줌마가 모는 자동차가 오게 했고

동생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준수가 달려오게 했다.

 

그리고 나리는 충격으로 함묵증(실어증과 무엇이 다른가?)에

걸렸다.

 

심리적 영향으로 인한 실어증을 함묵증이라 한다.

실어증역시 심리적 영향이 크지 않는가?

흠... 암튼 흔한 실어증보다는 함묵증이

좀 있어 뵌다.

 

멍한 나리,

무서운 진실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나리,

그런 나리의 눈을 바라보며

다 기억해 낸거지?

나리야~ 미안해~

오빠는 나리까지 힘들게 할 줄은 몰랐어.

오빠는......

 

흐느끼는 준수의 말줄임표에 숨은 말들을

현석은 이제야 알아듣는다.

그동안 수많은 힌트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현석이

드디어 준수의 말줄임표에는

반응한다.

 

그래서 확인한다.

나리의 입을 통해서...

 

최면에 취한 나리의 입에서

조목조목 도저히 피할 구멍이 없게끔

잔인한 진실이 나온다.

큰오빠가 죽인게 아니야.

그오빠는 죽어 있었어.

작은오빠는 걸어가고 있었어.

벽에 못이 있어.

 

결론은 현석이 그랬어,다.

 

현석은 그렇게 잔인한 진실을 알았지만,

누구도 현석을 상처낸 사람은 없다.

나리는 최면에 걸려 있었으므로

자기의지가 아니니까.

 

그렇게 진실은 알리되,

상처낸 사람은 없게 만들려고

한회를 소비했다.

교통사고와 함묵증을 끌어들였다.

 

왜 한회만에 진실을 밝힐거면서

굳이 교통사고와 함묵증을 끌어 들였을까?

의아했었는데,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주영의 사랑하기때문에~라는 진실은

이변이라는 악역의 입을 통하면 되지만,

어차피 이변은 그렇게 치졸하게 욕먹으라고

있는 역이지만,

공씨형제는 누구도

상처주면 안되니까,

누구도 욕먹으면 안되니까...

 

그 퍼즐을 푸는 게 상큼했다, 오늘.

 

이제와서

그때 현석을 불렀어야 했다는 준수는

이제 어쩔 것인가?

현석이 진실을 파헤칠 때 어쩔 것인가?

 

잃어버린 형의 십년을 되돌려 주겠다는

현석의 다짐과 실천에

어쩔 것인가?

 

준수가 살인자가 아닐 수만 있다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도희앞에서

어쩔 것인가?

 

내가 아는 준수는

절대 그날의 선택에 대해서

흔들림이 없었던 준수였다.

그런데 조금씩 흔들리더니,

급기야 후회하는 준수는 또 낯설다.

그동안 그렇게나 준수가 자기애를 가지길 바랬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는 준수는 또 낯설다.

모를 일이다.

 

낯선 준수이기에

앞으로 준수가 어쩔 것인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울 준수,

눈물 마를 날은 없어 보인다.

 

도희에게 비밀을 가진 죄,

그 비밀이 밝혀졌을 때

도희의 배신감을 어찌 감당할지,

또 무릎꿇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고에 그런 장면, 정말 싫다. ㅠㅠ

 

어찌 되었든,

이제 현석이 움직일 때다.

사랑하기에 팔려가는 주영도 잡아야 하고,

잃어버린 형의 십년과 인생도 되돌려 줘야 하고.

 

헉~ 형의 인생을 되돌려 주려면

주영을 잡을 수가 없구나.

ㅠㅠ 양날의 검이었구나.

두가지 진실이...

 

하나의 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머지 하나의 진실을 버려야만 하는구나.

순간, 현석의 고뇌가 나를 짓누르지만,

뭐 또랑또랑하니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

 

 

 

 

 

 

 

 

<못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