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으~~ 배부르다.

쁘띠뜨 2013. 9. 29. 23:57

게으름이 주부를 둔 덕에

울집의 유일한 반찬은 김치.

그 김치 떨어졌다.

근데 난 김치 담그기가 귀찮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포근한 침대에서 눈을 뜰 때의 비는

안락함 그 자체였다.

창밖은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

비를 피하는 지붕아래

온실속 화초마냥

평화롭게 눈뜬 나는

비를 가려주는 지붕이 있다는,

내 평화롭고 안락한 가정이 있다는

생각에 참 잠시 행복했다.

 

룰루랄라~

늦은 아침 먹고

둘째놈 학원으로 보내면 난 또 자유다~

그러면 커피 한잔 손에 쥐고

또 블로그 배경음악이나 들으면서

노닥노닥 내 유치함 맘껏 흠껏 취하면서

평안함을 즐겨야지~

또 텔레비전도 좀 보면서 안락함도 즐겨야지~

 

그러나 아침 먹고 커피마시고 쫑!

이놈의 비~

김치떨어져서 배추사러 가야하는디,

우쒸~ 질퍽거리는디~

에구~ 여보~ 이번주만 사먹으면 안될까???

또 아부쟁이 협상가기질 나온다.ㅋㅋㅋ

 

게으름이 마눌, 그래도

이세상에서 최고라고,

이세상에서 젤 똑똑하다고

나밖에 모르던 서방, 화나셨다.ㅎㅎㅎ

 

세상에 완존 돌직구를~

아니, 울집의 유일한 반찬, 딱 하나,

그놈의 김치만 먹고 사는데

그것도 안담그고 사먹는다면

난 굶어 죽으라는거야???

 

아~~앙~~~

여보~ 굶긴 왜 굶어~ 사먹으면 된다니깐....

아구~ 됐어, 내가 담가 내가~

따라나서~

 

그리하여 마트행.

뭐 김치담그기라야 별거 없다.

내주제에 무슨 정론적 김치겠는가?

절인배추 사고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사고,

무는 서방이 채칼로 썰고,

파도 서방이 다듬고,

난 걍 쌀가루로 죽 좀 쑤고

액젓과 위의 것들을 때려 쳐넣고

비비고

절인배추에 속 버무리는 것은 또

난 몇포기 시늉만 하고 있으면

속전속결 울 서방, 다 버무린다.ㅋㅋㅋ

 

그리하야~ 또 한달은 먹을

유일한 반찬, 김치 탄생.ㅎㅎ

 

그리고 서방은 또 회사행,

아들놈은 또 독서실행.

 

나혼자 룰루랄라~

이놈의 비와 함께 가라앉는 내맘 붙잡느라

하루종일 혼났다.

괜시리 잼없는 비밀도 좀 보고,

수상쩍은 가정부도 좀 보고...

 

에구~ 그래도 시간이 안가 혼났다.

그래도 그것도 김치라고

담갔다고 저녁준비도 하기 싫고,

빕스가서 대충 떼우고 오니,

방치된 김치가 눈에 들어와

한입 먹으니, 맛있다.

 

빕스에서 가득 채운 배에

김치와 밥 조금을 먹으니,

이리 배가 불러...

이 야밤에 쓰잘데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에구~ 이것도 글이냐는....

그럼 이건 뭐 허접쓰레기냐는...

ㅋㅋㅋ

 

뭐... 아까도 하도 심심해서

들마 이야기 하나 썼다가

하도 글같지도 않아서 지워버렸다.

근데 이건 안지워야겠다.

 

뭐 어떤가?

내집인데...

허접쓰레기를 쓰던,

글같지 않은 걸 쓰던,

내 일기같은 곳인데...

 

참...

난 생각이 참 많다.

요즘은 내 입단속, 맘단속 좀 하려고

말을 아끼고 싶었다.

근데 배가 부르니,

이대로 잠이 안오니,

독서실가서 빡공중이신,

둘째놈 기다려야 하니,

여기서 놀고 있다.

 

내집에서 주접떠는게 낫지.

공개된 광장에서보다...ㅎㅎㅎ

이러고 있지 않으면 또 광장가서

똘끼 드러낼까봐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