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배부르다.
게으름이 주부를 둔 덕에
울집의 유일한 반찬은 김치.
그 김치 떨어졌다.
근데 난 김치 담그기가 귀찮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포근한 침대에서 눈을 뜰 때의 비는
안락함 그 자체였다.
창밖은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
비를 피하는 지붕아래
온실속 화초마냥
평화롭게 눈뜬 나는
비를 가려주는 지붕이 있다는,
내 평화롭고 안락한 가정이 있다는
생각에 참 잠시 행복했다.
룰루랄라~
늦은 아침 먹고
둘째놈 학원으로 보내면 난 또 자유다~
그러면 커피 한잔 손에 쥐고
또 블로그 배경음악이나 들으면서
노닥노닥 내 유치함 맘껏 흠껏 취하면서
평안함을 즐겨야지~
또 텔레비전도 좀 보면서 안락함도 즐겨야지~
그러나 아침 먹고 커피마시고 쫑!
이놈의 비~
김치떨어져서 배추사러 가야하는디,
우쒸~ 질퍽거리는디~
에구~ 여보~ 이번주만 사먹으면 안될까???
또 아부쟁이 협상가기질 나온다.ㅋㅋㅋ
게으름이 마눌, 그래도
이세상에서 최고라고,
이세상에서 젤 똑똑하다고
나밖에 모르던 서방, 화나셨다.ㅎㅎㅎ
세상에 완존 돌직구를~
아니, 울집의 유일한 반찬, 딱 하나,
그놈의 김치만 먹고 사는데
그것도 안담그고 사먹는다면
난 굶어 죽으라는거야???
아~~앙~~~
여보~ 굶긴 왜 굶어~ 사먹으면 된다니깐....
아구~ 됐어, 내가 담가 내가~
따라나서~
그리하여 마트행.
뭐 김치담그기라야 별거 없다.
내주제에 무슨 정론적 김치겠는가?
절인배추 사고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사고,
무는 서방이 채칼로 썰고,
파도 서방이 다듬고,
난 걍 쌀가루로 죽 좀 쑤고
액젓과 위의 것들을 때려 쳐넣고
비비고
절인배추에 속 버무리는 것은 또
난 몇포기 시늉만 하고 있으면
속전속결 울 서방, 다 버무린다.ㅋㅋㅋ
그리하야~ 또 한달은 먹을
유일한 반찬, 김치 탄생.ㅎㅎ
그리고 서방은 또 회사행,
아들놈은 또 독서실행.
나혼자 룰루랄라~
이놈의 비와 함께 가라앉는 내맘 붙잡느라
하루종일 혼났다.
괜시리 잼없는 비밀도 좀 보고,
수상쩍은 가정부도 좀 보고...
에구~ 그래도 시간이 안가 혼났다.
그래도 그것도 김치라고
담갔다고 저녁준비도 하기 싫고,
빕스가서 대충 떼우고 오니,
방치된 김치가 눈에 들어와
한입 먹으니, 맛있다.
빕스에서 가득 채운 배에
김치와 밥 조금을 먹으니,
이리 배가 불러...
이 야밤에 쓰잘데 없는 글을 쓰고 있다.
에구~ 이것도 글이냐는....
그럼 이건 뭐 허접쓰레기냐는...
ㅋㅋㅋ
뭐... 아까도 하도 심심해서
들마 이야기 하나 썼다가
하도 글같지도 않아서 지워버렸다.
근데 이건 안지워야겠다.
뭐 어떤가?
내집인데...
허접쓰레기를 쓰던,
글같지 않은 걸 쓰던,
내 일기같은 곳인데...
참...
난 생각이 참 많다.
요즘은 내 입단속, 맘단속 좀 하려고
말을 아끼고 싶었다.
근데 배가 부르니,
이대로 잠이 안오니,
독서실가서 빡공중이신,
둘째놈 기다려야 하니,
여기서 놀고 있다.
내집에서 주접떠는게 낫지.
공개된 광장에서보다...ㅎㅎㅎ
이러고 있지 않으면 또 광장가서
똘끼 드러낼까봐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