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야기

기억의 오류(순결한 순이1)

쁘띠뜨 2013. 7. 21. 14:11

역시나 단막극은 스타의 산실이다.

거의 모든 스타가

꽤나 완성도 있는 좋은 단막극에

출연했다.

 

물론 그당시엔 작품자체에

집중하느라

스타는 눈에 띄지 않지만...

 

소지섭의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란

베스트극장이 있다.

 

방영당시엔

억척스런 시골아가씨,

전도연의 시각으로

서울에서 내려온 사진찍는 대학생,

소지섭을 동경했었다.

 

그러기에 소지섭은 걍 동경의 대상이었지,

배우로 기억될 만하지 못했다.

 

나중에 소지섭의 전작을 찾으며

내가 참 좋아했던 동경했던 그 대학생인 걸 알고

참, 기억이란 오묘하구나,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기억이 되기도 안되기도 하구나.

분명 전도연은 또렷한데

기억나지 않은 동경의 대상, 소지섭에

안타까워 했었다.

 

순결한 순이,에서도

똑같은 안타까움을 경험했다.

 

순결한 순이는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여주인공 순이의 시선으로

 

준수오빠를 동경하고

또 다가오는 준수오빠를 받아들이고

차갑게 돌아서는 준수오빠에 절망하고

그럼에도 준수오빠곁에 있고 싶어하고

가질 수 없는 준수오빠를 곁에 붙잡아두고

 

그럼에도 잡을 수 없는 사랑에 집착하고

미쳐가고 결국은 죽였던 것 같다.

 

이번에 다시 한번

순결한 순이,를 보면서

참 답답했다.

 

거기에 나온 모든 인물이 생각난다.

순이도 옆집 식모인 환상의 커플, 광자도.

하다못해 준수오빠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런데 도통 준수오빠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순이 시선으로

부잣집 도련님이면서도

격있는 감성과 지성을 가진 준수오빠를

분명 동경하고 사랑했는데,

그 오빠가 주환이었다는 사실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에선

적어도 아~ 그 대학생이 소지섭이었구나!란

깨달음이 오긴 했는데,

순결한 순이에선

그 오빠가 주환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아~ 그때 순이가 아닌 준수오빠시선으로

들마를 보았다면 좋았을텐데...

기억나지 않는,

기억의 오류속에 잠자 있던

준수오빠, 주환이 참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