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못난이주의보43회)
거의 모든 들마의
가장 설레이고 유쾌한 지점은
3,4회이다.
그즈음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사랑을 인지하기 전
알콩달콩 정을 쌓으며
설레임과 유쾌함을 선사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못난이주의보 준수에게
홀릭할 즈음이
준수가 동대문 가게에 갓 취직해서
멀미 고쳐준다는 다소 유치한 설정으로
알콩달콩
준수는 환한 미소를 짓고
도희는 짓궂은 장난을 칠 때쯤이다.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일은
바로 사랑의 시작즈음이 아닐까,한다.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참 많이 설레었다, 잠을 설쳐가며 두근두근...
그리고 휘몰아치듯
사랑을 깨닫고 고백하고 게임선언을 하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이별까지 했다.
준수의 비겁한 사랑에 안타까워하고
좀 더 용감한 사랑을 하기를 응원하고
그들의 손잡기, 키스, 백허그에 들뜨고
또 이별을 준비하는 준수를 보며
내속이 타들어가고,
드디어 진주와 현석을 핑게로
이별을 감행하는 준수를 원망했다.
이대로 며칠만 더 드라마가 진행된다면
얼마나 더 내 감성과 이성이 견뎌낼지
장담할 수 없었다.
드라마를 기다리는 일이 더는 설레고
즐겁지 않았다.
두려웠다.
오늘은 얼마나 더 비겁한 준수를 보게 될지,
그 비겁함을 원망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애증에
얼마나 더 감정적인 소모를 할지 두려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행복하고 싶었다.
어서 준수가 용감해지고
환한 웃음짓는 걸 보고 싶었다.
참 묘하다.
난 분명 깊은 슬픔에서 감동을 느끼는 사람인데
준수의 비겁한 슬픔에서는 안타까움만 더해 갔다.
그런데 이 드라마, 못난이주의보,
참 영리하다.
나를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한다.
사랑시작의 설레임으로 한껏 잡아당겨 놓고서
또 깊은 어둠으로 멀리 내동댕이 치고
그리고 다시 또 새로운 시작으로
멀리 간 만큼
마치 용수철을 한껏 눌렀다 놓아버린 것처럼
다시 튀어올라 준수에게로 힘껏 당긴다.
동대문에 갓 취직했을 때 이상으로 설레게 한다.
지금 다시 오로지 충직한 직원,
쓸모있는 오른팔이 되겠다고 올라온 준수가...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서
충직한 직원과 내사람을 키우는 사장으로서
다시 또 알콩달콩을 시작하려 한다.
준수는 다시 환히 웃고
도희는 다소 진지하지만 미래를 꿈꾼다.
준수는 환한 웃음속에 감추어진 슬픔이 더 깊다.
겉으로는 아신또 준수로서 환한 웃음짓지만
내면에는 깊은 슬픔이 숨어있는 게 더 슬프다.
그래야 준수답다.
물론 내 멋대로 해석이지만...
내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더 준수에게 당겨졌다면...
준수와 도희역시
겉으로는 사장과 직원이라는 관계아래 있지만
그 가슴속에 사랑이 아직도 살아있기에
이들의 관계, 사랑또한 더 아련하고 깊어질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깊은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나는 또 꿈을 꾼다.
나는 또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