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부당거래(스포일러)

쁘띠뜨 2010. 11. 9. 14:24

부당거래 시사회에 참석한 소지섭의 모습.

이 모습으로

신문에서나 볼 법한 부당거래란 단어가

영화제목이란 걸 첨 알았다.

 

그런데 역시나 부당거래는

신문에서도 영화에서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도 그다지 관심을 갖던 감독이 아니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작품성이라고나 할까?
액션영화의 한 축을 굳건히 세운 그 감독은

액션문외한인 내게 영원히 먼 그대였을 것 같았다.

 

그러나 편견은 언제든 깨지는 법.

우연히 류승완감독의

"소지섭의 길" 한정판 추천사를 읽게 되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그냥 그 자리에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지섭은 '길' 같은 사람인 것 같다.

'길'은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 길을 지날 때 '길'은 '길'이 된다.

나는 여전히 소지섭을 잘 모르지만,

이 책으로 난 소지섭이라는 '길'을 지났다.

좋은 친구를 사귄 기분이다.

 

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의 존재감을

알아주는 그런 사람.

알고 싶었다.

류승완이란 사람을,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부당거래를 빨리 보아야겠다는 조바심이 일어

바로 지난 주말에 후딱 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류승범이 멋지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흑~ 그러나 이 영화에선 가장 멋졌다.

내가 또 남주의 비주얼을 무시하고 영화를 보기는 첨이다.

 

아! 충격~

편견이 깨지는 충격일까?

거울이 쨍 갈라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보다 더 촘촘하게 짜여질 수가 있을까?

어느 한구석 허술했다면

차라리 편하게 즐겼을 것 같다.

 

너무나 있을 법한 사실같은 이야기.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

너무나 섬뜩하게 모두 보여주는 폭력씬.

하나도 이쁘지 않은 남자배우들.

 

환타지적 요소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더러운 현실에

멋지지 않은 사람살이에

무관심으로 또는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세상일에 대해 방관하는 나의 세상살이에

가슴 한켠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 불편했다.

 

범인으로 조작되는 사회적 약자,

그의 가족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되었다.

벗뜨 다행히도 감독은 나와 같은 방관자들에게

숨쉴 구멍을 마련해 주었다.

 

남편을 아버지를 범인으로 몰아 죽게 만든

형사들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던

바보 아내와 어린 딸의 모습 그대로,

나역시 감독에게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범인으로 만들어진 자가

진짜 범인이었다는 사실은

범인만들기 프로젝트를 짠 사람들에겐

허탈감을 주었을 지 모르지만

나처럼 방관자적인 관객에겐

죄의식에서 벗어나게끔 해주었다.

 

아! 다행이다.

바보 아내와 어린 딸에게 덜 미안해도 되겠구나...

 

감독은 나에게 그런 편안함을 주려고

그런 이야기를 짜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ㅎㅎ

 

편안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단 1초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의 흡입력은 엄청났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하면 입아프다.

원빈의 아름다운 감성액션과는 180도 다른

맞으면 무지무지 아플 것같은

무서운 사실적인 액션 또한 신선했다.

 

류승완 감독의 추천사덕분에

절대로 보지 않았을 좋은 영화 한편을 건졌다.

 

 

 

 

이 배우, 송새벽.

어쩌다 요즘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보는 영화마다 이 배우를 만난다.

 

방자전의 변태 변사또,

해결사의 고지식한 범생이 형사,

시라노 연애대작전의 띨띨한 연애잼병 총각.

그리고 부당거래의 비리형 매제.ㅋ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이 사람을 놓칠 수가 없다.

너무나 웃겨서.

웃기려 해서 웃긴게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웃기다.ㅎㅎㅎ

 

앞으로 또 어떤 영화에서 짧고 웃기게 

이 배우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