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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그의 절제미학 (로드넘버원 8-1리뷰)

쁘띠뜨 2010. 7. 18. 12:21

 

 

 

 

 

 

 

이장우는 부하에게 임무를 부여할 때 윽박지르지 않는다.

개인의 성향을 고려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해서

스스로 분연히 일어나서 하게끔 한다.

태양이 바람보다 더 세다는 사실은 그는 알고 있다.

덜덜 떠는 저 박달문아저씨의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는 걸 보라~

그의 힘을 알 수 있다.

 

명령불복종의 책임을 물으며 총을 겨누는 태호에게

상황에 따라 판단하라는 지휘관의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며

조용히 단호하게 댓구하며

싸늘하게 쳐다보는 장우.

 

소지섭이 연기하는 장우는 지금 그렇다.

백마디 절규보다 격노의 표정보다

그의 단호한 말투와 싸늘한 눈빛이 강하게 다가온다.

소지섭의 절제된 연기미학은 이렇다.

 

그의 절제된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매료된다.

 

공을 인정받아 기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을 그는

거울을 보며 자신을 다잡는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그런 가벼운 모든 감정들을 억누른다.

무심한듯한 저 표정은 그런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런 그도 당신은 쌈꾼이라는 태호의 말에는 발끈하여

계급대로 하겠다며 경례를 요구한다.

단호한 표정으로 위엄있게 평양에 함께 가자고 했던 약속을 태호에게 일깨운다.

그게 또 태호를 대하는 중대장의 방식인 것이다.

 

그는 모든 중대원을 이끌고 평양까지 가겠다는 그의 의지이다.

 

태호의 과욕으로 인한 실책에도

그는 크게 꾸짖고 화내지 않는다.

"1소대, 현위치에서 대기!"라며 격노하며 다가간 그는

그 사이, 냉철한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싸늘하게 태호의 실책을 짚고 책임을 떠맡는다.

그런 그에게서 넘볼 수 없을 위엄을 보았을 태호는

그에 대한 질투로, 그의 그릇을 인정할 수 없는 옹졸함으로

계속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런 태호를 보는 싸늘한 장우의 시선.

나는 그의 차가운 저 눈빛, 저 표정에서

절제된 소지섭의 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내게 이런 절제미학을 느끼게 해주는 배우는

소지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