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5월 23일 오후 6시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장사익의 공연을 보았다, 아니 들었다.
꽃구경이란 타이틀로
죽음(1부), 삶(2부), 꿈(3부)을 보고 들었다.
요즘 나는 마음 붙일 데가 없어서 외롭고 쓸쓸하다.
요즘 남편은 나와 결혼한 이후 첨으로 한가하다.
그래서 난 남편을 따라 저녁이면 동네공원을 산책하고
휴일이면 밭에 따라 나가 풀을 뽑는다.
그리고 어제는 최근 장사익의 소리에 반한 남편을 따라
청주에 갔다.
청주에 들어서니 예쁜 가로수가 아치를 이루고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요즘 내가 눈물이 흔하다.)
작년 8월이었던가?
좋은 친구들과 하하호호, 꺄르르르~ 웃으며
청남대며 수암골을 누볐던 기억이 떠올랐다.
참 행복한 때였다.
그 행복의 댓가일까?
지금 갈기갈기 찢어지는 나의 마음은?
행복의 댓가치곤 너무 잔인하지만,
의연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만큼 행복했었다.
남편은 나의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감미로운 발라드에 익숙한 내 귀에
거칠고 내지르는 장사익의 소리는 낯설고 불편했다.
그러나...
꽃구경 가요...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펑펑 울었다.
캄캄한 극장안은 울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옆에 앉은 남편의 둔함도 이럴 때는 딱 좋았다.
꽃구경 가요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버리더니
한웅큼씩 한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신대유~
아 솔잎을 뿌려서 뭐하신대유~
아들아 아들아 내아들아
너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내 엄마, 내 엄마가 또 나를 찾아왔다.
아~ 얼마나 울어야 엄마를 보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울어야 하는걸까?
꽃구경 가요에 이은 상여가(간다~ 간다~)는
엄마의 가시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동산에 울 엄마를 묻고서도
그저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불만이었던 나.
그저 심신이 불편한 게 싫었던 나.
장사익의 소리는 어느새
내 엄마의 소리이자 내 아버지의 소리가 되었다.
풍년가를 즐겨 부르셨던 내 아버지.
돌아가시는 순간, 돌아가신 후조차도
용서하지 못하고 냉담하게 대했던 내 아버지.
장사익의 소리에 내 부모를 떠올리고
울었다고 해서
나의 불효가 용서될 것인가?
나는 앞으로도 많은 눈물을 쏟아내야 할 것이다.
내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똑똑히 인지해 낼 때
그때 내 부모를 진정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이 닥쳐봐야 낮의 의미를 안다고 했던가? 장사익이?
죽음의 의미를 알아야 삶의 소중함을 안다고 한다. 장사익이...
그러나 어찌 죽음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지금 읽고 있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을까?
2부 삶에서는 좀 더 밝은 장사익의 소리를 들었다.
그제서야 해금의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도
쿵쿵 울려대는 웅장한 북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3부 꿈은 청주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트로트메들리였다.
역시 난 그런 트로트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다행이도 공연은 2시간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남편과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과 같이 하는 일이
아직은 즐겁지 않다.
그러나 불편하지도 않다.
이렇게 계속 같이 한다면
언젠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일이 즐거워지리라...